[사설]2010 다보스의 화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20여 명의 외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중 이명박 대통령이 맨 먼저 특별연설을 했다. 그제 이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꼽히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금융기관 개혁문제를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어젠다로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으로서 WEF에 처음 참석한 이 대통령의 연설은 세계 지배구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의 경제중심축이 선진국에서 G20으로 옮아가고 있다. 다보스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통화기금, 주요 8개국(G8)이 세계의 파워 균형을 적절하게 대표하지 못해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영국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존 치프먼 소장은 “G20이 국제 안보와 금융 규제에서 더 많은 집행권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G20 없이는 시장의 신뢰가 다시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G20의 역할을 ‘21세기 세계 지배구조의 선도자’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의 3대 정책방향으로 ‘지속가능하고 균형된 성장을 위한 협력 이행’ ‘선진국-개도국 간 격차 해소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G20 비회원국과 민간에 대한 외연 확대’를 제시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우리나라는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개도국에서 G20 국가로 발돋움한 경험을 활용해 또 한 번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

40회째인 올해 WEF의 주제는 ‘더 나은 세계: 다시 생각하고, 다시 구상하고, 다시 세우자’이다. WEF가 세계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가치관 조사에서 3분의 2가 ‘금융위기는 윤리와 가치의 위기’라고 응답했다. 경제계에는 신뢰의 회복이, 글로벌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해서는 정직과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WEF의 6개 핵심 어젠다 가운데 첫 번째가 ‘가치의 틀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이다. 작년의 우울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기업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고용 없는 경제회복과 저성장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정부와 기업의 상생적 관계, 지속가능한 번영과 사회복지의 조화, 글로벌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올해 G20 회의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국내 정쟁에 매몰돼 아옹다옹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세계의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에 기여하면서 국격(國格)과 함께 국부(國富)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도록 큰 세상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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