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전자와 현대차 ‘잘했다, 그러나 갈 길 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136조2900억 원의 매출과 10조9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사상 최대이고 영업이익은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기업 중 처음으로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0조 원과 10조 원을 넘는 ‘100조-10조 클럽’에 들어갔다. 회계연도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그동안 이 회사보다 앞섰던 독일 지멘스와 미국 HP의 2009 회계연도 매출과 비슷하다. 세계 최대 전자업체의 고지에 다가선 삼성전자는 우리에게 자부심을 안겨준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세계시장에서 자동차 310만6178대를 팔아 53조288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5.2%로 높아져 최초로 연간 기준 점유율 5%를 돌파했다. 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점유율도 2.6%로 올라 두 회사를 합하면 7.8%에 이른다. LG전자와 LG화학은 작년에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고 SK텔레콤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국내 선두권 기업은 2008년 하반기 몰아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의 악재 속에서도 경영혁신과 신제품 개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원화 약세 효과와 정부의 적극적 수요 진작책, 시장 친화적인 정책 기조도 기업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작년에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은 한국 폴란드 호주 등 세 나라뿐이다. 정부의 재정 투입과 함께 기업들이 약진한 결과다.

그러나 그간의 실적에 만족하고 안주(安住)하기에는 국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고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던 중국 시장은 최근 긴축 움직임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시장(市場) 전망도 불투명하다. 올해는 원화가치, 금리, 유가의 ‘3저(低)’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재정확대 역시 한계가 있다. 세계 주식시장도 낙관하기 어려운데, 주가에는 앞으로의 기업실적과 경제성장 전망 등이 미리 반영된다는 점에서 심상찮다.

국내 대기업들의 올해 실적은 우리 경제의 본격적 회복을 좌우할 핵심변수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서면서부터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국내 기업들이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우리 기업들은 약점을 보강하면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잘 타넘어야 하고, 사회는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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