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화廳舍경쟁만큼 행정서비스 경쟁도 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경기 안양시가 2조2000억 원을 들여 시청, 시의회, 호텔 등이 입주할 100층 이상의 복합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안양시가 땅값으로 7000억 원을 대고 민간자본 1조5000억 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민간자본의 참여가 저조하고 해마다 충분한 재정수입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천문학적 공사비로 인한 부채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현재 청사도 지은 지 14년밖에 안되는 데다 710억 원의 빚까지 지고 있는 안양시가 새로 호화청사를 짓는 것은 6·2 지방선거를 의식한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초호화 청사 논란을 일으킨 성남시의 청사 건립비용은 3222억 원이었다. 연간 청사 유지관리비로 54억5300만 원이 든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신축된 59개 지자체의 청사 건립비용은 모두 3조561억 원에 이른다. 부산 남구는 새 청사와 체육센터를 짓는 데 적립기금 외에 129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무리수를 두다가 직원 인건비도 주지 못해 은행에서 20억 원의 긴급대출을 받아야 했다. 지자체들의 호화청사 건립 경쟁이 지방재정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지자체들이 행정의 질(質)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전체 군(郡) 공무원 670여 명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108명이 5년간 물품 구입을 가장해 7억여 원의 예산을 빼돌리는 데 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부패한 지자체에서 주민을 위한 행정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리 없다.

지자체가 정말 주민을 생각한다면 호화청사 짓기 경쟁을 멈추고 어두운 길목에 가로등을, 범죄가 우려되는 곳에 방범카메라를 하나라도 더 달 생각을 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비효율적 행정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낱낱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낭비를 일삼는 지자체에는 정부지원금 삭감 같은 불이익을 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검토 중인 예산 낭비를 한 지자체장에 대한 공천 불이익도 제동장치가 될 수 있다. 현재 지자체의 운영방식이 주민을 위한 행정인지, 지자체장과 지방 관료들을 위한 행정인지는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엄중하게 심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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