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열린 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8년 집권 후 1년 전 야당으로 물러난 미국 공화당의 하원의원들이 지난달 29일 당 정책 연수회에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해 90분간 토론을 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가했던 정책 비판을 반박하고 서운했던 감정도 털어놨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예의를 잃지 않았다.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반대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는 정책정당임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야당의 초청을 수락한 것은 국민에게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야당의 비판을 반박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을지 모른다. 정치적 의도야 어떻든 사력을 다해 싸우는 정책을 놓고 자리를 함께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와 자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치에선 대통령과 야당, 여당과 야당 사이가 너무나 경색돼 있다. 서로 말로는 소통 운운하지만 어느 쪽도 진정한 소통을 위해 마음을 여는 것 같지 않다. 싸움 걸듯이 ‘끝장토론 해보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국민을 향한 선전공세일 뿐, 진정으로 대화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지난달 25일 분배와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뉴민주당 플랜’을 8개월 만에 다시 꺼냈다. 민주당은 10년 집권하고 2년 전 야당이 됐건만 수권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안 정당’이기보다는 ‘반대만 일삼는 정당’에 머물러 있다. 진보정치를 내걸고 창당해 그제 10주년을 맞은 민주노동당은 지지율이 18%까지 오른 적도 있지만 대다수 근로자들조차 종북(從北)노선에 등을 돌려 지방선거 후보조차 구하기 어려운 처지다.

한국 정치의 문제가 모두 야당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야당들은 현직 대통령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미국 공화당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당장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서도 미국 공화당 같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운이 걸린 국책사업을 놓고 당내 소통이 막혀 있으니 자책(自責)할 점이 더 많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 살리기다. 오늘 시작하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이를 위해 달라진 모습을 여야 모두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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