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인 일본 도요타와 일본 내 2위인 혼다의 대규모 리콜(자율회수 수리) 조치를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어떤 자세로 지켜보고 있을까. 리콜 조치가 지난해 도요타의 전 세계 판매량 698만 대 이상으로 확대됐고, 캠리를 포함한 8개 차종의 미국 내 판매와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 기술과 품질에서 압도적 명성을 자랑했던 도요타와 혼다의 위기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 자동차회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갈 호기(好機)로만 여기고 우쭐했다간 두 회사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는 가속페달 결함이라는 작은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미 3년 전 미국과 일본에서 가속페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적이 있으나 당시 도요타는 ‘차량 결함이 아니라 운전상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무시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결함을 방치해 위기로 키운 것이다. 이 회사 사장이 TV 인터뷰에 나와 소비자에게 직접 사과했으나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소비자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는 도요타의 문제 차종을 ‘추천 차종’에서 제외했다.
도요타는 세계 1위를 목표로 무리하게 해외 생산을 늘리느라 조달 부품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면서 위기의 싹을 키웠다. 부품 공통화와 현지화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지만 품질관리를 허술히 해 부품 결함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잘나갈 때 조심하지 않고 과욕을 부린 탓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올해 해외 생산을 크게 늘릴 계획인 현대·기아자동차에도 도요타 사태가 남의 일일 수 없다. 해외 생산을 확대하면 현지 부품 조달을 늘릴 수밖에 없다. 도요타의 길을 뒤따라 밟지 않도록 긴장을 풀지 말고 내부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요타의 문제는 세계 1등으로 오르면서 생긴 오만과 방심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누구나 한순간 방심하면 날개도 없이 추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휴대전화 조선 액정표시장치(LCD) 같은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도 도요타와 혼다의 위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