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윤정]美대학이 알려준 ‘SAT 올인’이 어리석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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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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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는 줄 전혀 몰랐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입학 사정 방식은 달라지지 않겠지만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지 유출 파문으로 한국 수험생들은 혹시나 불이익을 입지나 않을까 불안했지만 미국 대학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차분했다. 동아일보가 10개 미국 주요 대학 입시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문제유출 파문 자체를 모르는 대학이 다수였으나 알고 있는 대학들조차도 “한국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같은 반응은 SAT 점수가 우리의 수능처럼 대학 입시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의 관심은 문제유출 사고 자체보다는 한국의 SAT ‘올인(다걸기) 현상’에 있었고 “SAT에 집착하기보다는 다른 부분들에서 강점을 찾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만난 SAT 학원가의 한 스타강사 역시 ‘점수’에 눈이 먼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나도 SAT 강사이지만 현재 이 업계는 너무 과열돼 있어요. 한국에서 몇 명 치르지도 않는 이 시험을 두고 수억 원짜리 강의가 생기고 1년에 넉 달 강의하며 수십억 원의 연봉을 챙기는 강사가 있는 게 정상이에요?” 그는 “그렇게 비용을 들이며 애를 쓰다가 정 안 되면 결국엔 문제 빼돌리기까지 욕심을 내게 되는 것인데 그런 식의 점수 올리기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먼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SAT 문제유출 사고에 뒤이은 학원 강사 납치 사건으로 SAT 학원가가 연일 시끄럽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높은 점수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에 고액의 수업료를 치르고 빼돌린 시험문제를 받아들었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유출 사고 직후 열린 한 학원의 미국 대학입시설명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조차 “우리 아이한테도 문제지를 보여 달라”는 식이었다.

물론 미국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독해와 작문 시험을 치르며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만점을 보장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동할 만도 하다. 하지만 당장의 불안감에서 벗어나 제대로 눈을 뜨고 상황을 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나마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반칙으로 얻은 점수로 아이비리그 입학이 보장되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입시 전문가는 말했다. “SAT나 토플 등은 표준화된 시험일 뿐이에요. 학생들 스스로 표준화된 틀에서 벗어나 개성을 갖춰야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장윤정 사회부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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