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출산 시대’ 학교와 교사, 量 아닌 質 제고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서울시교육청이 2014년부터는 고교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 고교를 이전해 학교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저(低)출산으로 학생 수가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조치다. 서울지역 고교생은 2010년 35만9000명에서 2013년에는 31만8000여 명으로 4만10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학생 없는 선생’이 조만간 현실로 닥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보다 많다. 그만큼 교육 여건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와 교사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머지않아 교사가 남아도는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32만8000명인 초중고교의 학령인구는 2018년엔 545만7000명, 2030년엔 451만5000명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추락한다. 2030년 학령인구는 2007년(787만3000명)의 60% 이하로 떨어진다. 대략적으로 계산할 때 학교 10개 가운데 4개는 불필요해진다는 얘기다.

반면에 지난 5년간의 추세대로 학교 및 교사 수를 늘릴 경우 2010년대 중반에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치에 도달한 뒤 계속 줄어들게 된다. 2030년이 되면 OECD 평균치의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수는 적은데 교사가 넘쳐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부터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재배치하고 교사 증원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교사를 줄이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학교 이전이나 통폐합에 따른 지역주민과 동문회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이다. 도심 슬럼화로 옛 명문고가 쇠퇴하는 부산이나 광주에서 일부 고교가 신도심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문회가 반대하고 있다. 초등교원의 임용규모 축소에 따른 교대생의 반발도 거세다. ‘학생 없는 선생’은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교대 신입생 정원을 축소하고 사범대와 교육대를 통합하는 등 근본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 사립학교 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학교이전촉진특별법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초중고교 교육정책의 초점은 학교 신설이나 교사 증원 등 양적 팽창보다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과 대학진학률 제고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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