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당헌에서 자유 평등 해방을 최고의 가치로 내걸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투쟁할 뿐만 아니라 당내에 민주주의를 엄격히 적용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한 이른바 진보 정당이다. 민노당은 또 어느 당보다 도덕성을 강조해왔다. 그런 당이 정당가입이 금지돼 있는 교사와 공무원들로부터 당비를 받은 것도 모자라 불법계좌를 만들어 100억 원 이상을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어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민노당 명의의 계좌에서 지난 3년간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선관위 등록 계좌로 흘러간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노당 오병윤 사무총장이 회계책임을 맡은 동안에만 55억 원이 출금됐고, 이 중 700만 원이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조합원들의 입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선관위에 신고된 계좌를 통해서만 당비 등 정치자금을 관리하도록 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이다. 민노당은 조직적인 불법행위에 나섬으로써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조직적 모범’을 보여주겠다던 당헌을 스스로 어겼다.
경찰이 밝혀낸 총출금액과 전교조 전공노 조합원들이 낸 금액 간에 차이가 너무 커서 나머지 자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 교사와 공무원 외에도 불법 당비를 내는 사람이 상당수 더 있거나, 당비 외의 불법자금을 모으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돼야 한다’고 정치자금법은 규정하고 있다. 민노당의 2008년 당비 수입은 68억8600만 원으로 민주당보다도 많았다. 당비의 상당액이 출처가 불투명하고 그것도 불법계좌로 받는 당이라면 국민의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노당은 경찰의 합법적인 수사를 ‘정치탄압’ ‘공안수사’라고 주장하면서 수사 대상자들의 당원 가입이나 당비 납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을 피해 인터넷 서버의 하드디스크 2개를 무단 반출하는 증거 인멸을 하고도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그렇게 정정당당한 정치활동이고 깨끗한 정치자금이라면 왜 드러내놓고 당원으로 가입시키고 당비를 내도록 하지 않았는가.
민노당 강령은 ‘민중이 쟁취한 민주주의가 부패한 보수 정당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다’며 자기들만 도덕적 정당인 것처럼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정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인간해방의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런 모습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