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욱]한국 쇼트트랙 경쟁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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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1.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14일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오벌. 이승훈(한국체대)이 남자 5000m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장거리 종목 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 후보로 언급되지 않았던 그였다. 외국 기자들은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은 “쇼트트랙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캐나다에 오기 전까지 쇼트트랙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2. 같은 날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 남자 1500m에서 2, 3위를 달리던 성시백과 이호석이 서로 부딪치며 넘어졌다. 아폴로 안톤 오노 등 뒤처져 있던 미국 선수 2명이 어부지리로 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이정수(단국대)가 땄지만 일부 외국 기자들은 “어떻게 같은 나라 선수들끼리 저럴 수 있냐”는 반응도 보였다.

이날은 한국이 쇼트트랙의 강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보여준 날이었다. 이정수가 금메달을 따자 외신은 “역시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훈련에서부터 전술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칭찬했다. 앞으로도 한국의 독주를 전망했다.

이승훈도 종목은 다르지만 쇼트트랙의 강함을 보여줬다. 이승훈은 지난해까지 쇼트트랙 선수였다. 쇼트트랙은 스피드스케이팅보다 코너를 더 많이 돈다. 그만큼 코너 기술이 중요하다. 한국의 첫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메달리스트인 김윤만(1992년 알베르빌 1000m 은메달)은 “이승훈은 코너에서 치고 나가는 기술이 뛰어나다. 쇼트트랙 선수였던 점을 100% 활용한다. 쇼트트랙 기술이 스피드스케이팅의 메달을 도왔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날 쇼트트랙에서 다잡은 은, 동메달을 놓친 것은 옥에 티였다. 한국 쇼트트랙은 팀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많아 대표팀 입성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만큼 힘들다. 대표팀 내에서도 개인 종목에 나가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이어진다. 이런 무한 경쟁이 한국 쇼트트랙을 세계 최강에 올려놓았다. 이정수의 금메달 역시 경쟁 속에서 얻은 훈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오노를 제치고 1∼3위를 싹쓸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27일 열릴 5000m 계주에서는 잘 짜인 팀워크로 1500m 개인전에서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주기를 기대한다. 밴쿠버에서

김동욱 스포츠레저부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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