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등 주요국이 재작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펴온 금융완화 정책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을 시작했거나 예고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응해 시중에 돈을 많이 풀고 저금리를 유지해오다 경기가 회복돼 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생기면서 금리를 인상하거나 시중자금을 환수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에 이어 한 달도 안 돼 두 번째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25일부터 0.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선택이다.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0일 “지금은 출구전략을 쓸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FRB가 은행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을 올리고 시중은행에 환매조건부채권을 매각해 시중자금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재할인율에 대해선 “조만간 올릴 것이니 놀라지 말라”며 조정 시기를 예고했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인상은 상황과 시기를 봐서 결정하되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는 당분간 조정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의 언급은 출구전략에 신중하면서도, 상황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신호를 시장참여자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과 미국의 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의 본격적인 출구전략 실행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만의 정책을 고집하기도 어렵다. 국제공조에 신경을 쓰되 우리나라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면서 출구전략의 방식과 시기를 신중히 조절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작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내린 뒤 이달까지 1년 동안 연 2.0%를 유지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그동안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으나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현재의 저금리 상태를 무한정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지만 각국 상황을 모두 아우르는 합의는 기대할 수 없다. 굳이 다른 나라보다 출구전략을 서두를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외 경기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펴가며 적절한 출구전략 시점을 선택하고 사전에 시장에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협조와 조율이 긴요하다. 시장에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는 혼선은 빚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