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가 지금처럼 계속 버티면 우리도 조만간 쌍용자동차 협력업체처럼 망할 겁니다.” 16일 전화기 너머 들리는 금호타이어 1차 협력업체 A사 관계자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A사는 금호타이어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3개월간 약 100억 원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1000억 원의 긴급 자금지원을 약속하면서 노조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동의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A사로서는 연간 매출액(1500억 원)의 약 7%에 해당하는 자금이 일시에 묶인 데다 금융권의 신규 대출도 막혀 다급할 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노조 반발로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이 좌절되고 법정관리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며 “법정관리로 가면 협력업체들의 자금사정이 더욱 나빠져 연쇄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A사처럼 금호타이어로부터 납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자금사정이 나빠진 협력업체는 179곳에 이른다. 이 중 20곳 이상이 채무불이행(신용불량) 법인으로 등재되는 등 부도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임직원들도 두 달째 월급봉투를 쥐어보지 못했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당장 필요한 금호타이어는 11일 노조와의 4차 교섭에서 상여금 300% 삭감을 조건으로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회사 측이 한 발 물러섰지만 노조는 여전히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쥔 채권단의 동의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임금의 40% 이상을 삭감하겠다는 회사 측 협상안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일부 양보안을 얻어낸 여세를 몰아 임금에서도 추가 양보를 얻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면서 극한 대치로 치닫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행태는 지난해 ‘쌍용차 사태’와 닮은 면이 있다.
당시 쌍용차 노조는 구조조정안을 끝까지 거부하며 77일간 ‘옥쇄 파업’을 벌이다가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강성으로 알려진 금호타이어 노조도 지난해 7.48%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점거파업을 벌여 회사에 약 10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안겼다.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연봉 1억 원이 넘는 직원이 한때 200명을 넘어서는 등 경쟁력을 스스로 상실한 측면이 없지 않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제2의 쌍용차’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사측과 합심해 회사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회사 노사에는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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