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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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도핀 카운티의 서스쿼해나 강에는 세로 길이가 3마일(약 4.8km)인 스리마일 섬이 있다. 밥콕 앤드 윌콕스사는 이 섬에 90만 kW급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1974년 운전에 들어갔고, 1978년 2호기를 가동했다. 1979년 3월 28일, 가동 4개월째인 2호기의 냉각수 펌프가 고장이 났다.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기능이 약해져 냉각수 양이 줄어들자 증기 압력이 높아져 파이프가 파괴됐다. 원자로는 온도가 급상승해 녹아내렸다. 여기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은 원자로 주위에 만든 1m 두께의 격납용기 안에 갇혔다. 격납용기 덕분에 주변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국은 혹시나 싶어 도핀 카운티의 임산부와 어린이들을 대피시켰다. 그러자 주변 주민들이 놀라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엑소더스’가 발생했다.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은 사고 현장을 방문해 “미국은 새 원전을 짓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밥콕 앤드 윌콕스사는 문을 닫았다. 원전과 관련된 미국 내의 일감이 사라지자 원전 분야의 1인자인 웨스팅하우스사는 일본 도시바사에 지배권을 넘기고 해외 원전 건설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그 사이 한국과 일본, 프랑스는 계속 원전을 지어 국산화를 이뤘다. 21세기 들어 미국은 원전 건설을 중단한 대가를 치렀다. 2000년 캘리포니아 주가 전기 부족으로 제한송전을 경험했고, 2003년 뉴욕 시는 모든 전기가 나가버리는 블랙아웃을 겪었다. 미국은 수명이 다한 원전을 수리해 연장 사용하는 것으로 전기 부족을 일단 모면했다. 비로소 미국은 생각을 바꿨다. 그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원전 건설의 재개를 선언했다.

▷미국은 31년간 원전 건설에 손을 놓으면서 새로운 원전 기술자들을 키우지 못해 지금은 자력으로 원전을 짓지 못한다. 한국형 원전은 미국 원전을 토대로 한 것이라 미국의 원전 조건에 근접해 있다. kW당 건설단가도 한국이 가장 싸다. 한국은 미국의 원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원전 르네상스를 이어가려면 한국은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이면서도 안전한 원전을 지어야 진짜 원전 강국이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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