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종인]지능형 전력망, 보안 구축이 생명이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화석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은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의 하나가 됐다. 서로 상반된 속성을 가진 에너지(소비)와 환경(보호)문제를 절충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요구되자 전력에너지 분야의 산업에서는 ‘스마트 그리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2월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녹색 성장을 이끌 유력한 10대 기술의 하나로 스마트 그리드를 선정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단순히 전력기반시설의 발전이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의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환경 친화적인 기술을 말한다. 기존의 전력망이 단순히 발전설비로부터 소비자까지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시스템에 지나지 않지만 스마트 그리드는 소비자와 공급자 간 통신을 지원하여 전력망 전체를 지능적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대한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와 함께 스마트 그리드 분과 의장국을 맡음으로써 국내에서 스마트 그리드 추진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 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분야이다. 전기자동차, 송배전시스템, 스마트 미터기, 재생에너지, 에너지관리시스템, 충전인프라 등 수많은 요소로 구성된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의 구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점은 보안(Security)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다이하드 4’에서와 같이 전력망이 해킹된다면 전 사회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대규모 정전, 사회 마비 등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스마트 그리드가 개개인의 전력사용량을 체크하여 사용량을 스스로 줄이도록 하므로 이런 시스템이 해킹당하면 가정 내 가전제품에서의 전력 사용 정보가 침해되고 전력 사용 통제권을 강탈당하는 등 치명적인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할 경우 보안문제를 매우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부흥책을 통해 스마트 그리드를 미래 성장동력 창출기술로 규정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스마트 그리드에서의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에 사이버 안보보좌관을 임명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토록 했다. 또 국가 안보차원에서 ‘에너지 안보 및 독립법’ 등의 관련법에서 스마트 그리드의 보호 규정을 명시했다.

국가 로드맵을 이제 막 확정한 국내의 경우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법률뿐만 아니라 보안 기술도 미흡한 상태이다. 다행스럽게도 국가 로드맵에서도 스마트 보안 기술의 개발을 명시하고 ‘지능형 전력망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에서도 보안 규정을 명확히 했다. 보안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는 법의 명칭을 ‘지능형 전력망 구축 지원 및 정보보호에 관한 특별법’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예산의 10%를 보안 분야에 투자해 보호 관련 기구의 설립을 공약함으로써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뢰와 보안이라는 인류적 가치를 구현할 때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가 글로벌화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원전기술과 더불어 녹색성장 시대에 총망 받는 대한민국의 대표기술로 성장할 수 있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이제부터라도 스마트 그리드에서의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진정한 정보기술(IT) 및 에너지 강국으로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 한국정보보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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