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 무상급식’ 민주당 공약, 오히려 反서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민주당이 6·2 지방선거를 겨냥해 어제 초중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전국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려면 연간 약 2조 원이 든다. 이 많은 돈을 조달하려면 다른 요긴한 교육사업 등에 써야 할 돈을 빼내 오거나, 아니면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주겠다는 무상급식이야말로 매력적인 공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인이나 공당(公黨)이라면 이런 무책임한 공약을 내놓아선 안 된다. 재정 조달 문제를 먼저 생각하고 형평성과 합리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가 재정이 넉넉하다면 고등학생까지도 무상급식을 못 할 게 없겠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공짜 점심(free lunch)’은 없다. 초중학생 전원 무상급식을 실현하려면 학교의 노후시설 교체비용과 도서구입비 등 다른 예산을 그만큼 줄여야 한다. 다른 교육 현안과 비교해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공교육 수준을 높이고 서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 급식비는 한 끼당 1700원, 중학생은 2500원으로 월 4만∼5만 원이 든다. 저소득층에는 이 정도의 돈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전국 초중고생 가운데 하위계층 학생 13%는 이미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부유층 자녀에게도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서민자녀에게 돌아갈 교육예산을 깎아 먹는다.

세계적으로도 북유럽 일부를 제외하고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하위 50% 계층에만 무상급식을 하고, 프랑스는 소득 수준에 따라 급식비를 차등화하고 있다. 영국은 한동안 전면 무상급식을 했으나 지금은 저소득층 위주로만 무상급식을 제공한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도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시절 “학교 급식은 학부모 부담이 원칙”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당초 공약은 전면 무상급식이 아니라 저소득층 위주의 무상급식 확대였다.

소득에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해주기보다는 그 돈으로 서민 자녀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합리적이다.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게 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그 편이 낫다. 민주당은 툭하면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친(親)서민 정책을 허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담 능력이 충분한 계층의 자녀에게까지 공짜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서민의 이익에 반(反)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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