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지역구 쪼개기’ 민주는 사과했지만 한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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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1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광주시의회의 조례 강행처리에 대해 사실상 사과했다. 그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다른 지역에서) 그렇게 한다고 민주당도 똑같이 해서야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말한 ‘잘못한 일’은 18일 광주시의회에서 벌어졌다. 시의회가 구 의원을 4명씩 뽑는 일부 선거구를 쪼개 2명씩 뽑도록 조례를 고치려 하자 민주노동당 등 소수정당 관계자 150여 명이 표결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입구를 봉쇄했다. 민노당 측은 “4명 뽑을 땐 3, 4등을 하면 당선될 수 있었지만, 이제 어떻게 민주당 아성인 광주에서 2등 안에 들 수 있겠느냐”고 항의했다.

민주당 소속 강박원 시의회 의장은 경찰 병력을 요청했다. 격한 몸싸움 끝에 시위대는 강제로 해산됐고 조례는 표결에 부쳐져 개정됐다. 강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주의라는 게 뭐냐. 주민의 대표인 의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면 따라줘야 할 것 아니냐”며 절차적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이 사안에 대해 발언한 것은 21일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19일 전북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기자로부터 “광주 상황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정 대표는 “(문제가 안 된다고) 항변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서 다 그렇게 하는데 민주당만 자제할 수 있는가. 중앙당이 (민주당이 지배한 광주시의회에)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가에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거론한 한나라당 강세 지역의 사례는 사실이다. ‘지역구 쪼개기’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에서도 10일 벌어졌다. 경찰이 출동하지는 않아 전국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즉각 “다양성을 해치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한나라당을 맹비난했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정 대표가 그동안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자주 쓰던 표현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막상 자당 지방의원들의 이익 챙기기에 대해 ‘문제는 있지만, 우리만 손해 볼 수는 없다’는 논리를 폈던 것이다.

이제 국민의 눈은 한나라당에 쏠리게 됐다. 광주시의회에서 빚어진 일에 정세균 대표가 뒤늦게나마 사과했다면 한나라당 지도부도 대구시의회의 결정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도록 해명하는 게 도리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아직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몽준 대표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 대답할까.

김승련 정치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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