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8일 막을 내린 세계 휴대전화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의 주인공은 ‘소프트웨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막 첫날 ‘윈도폰 7’을 공개하고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 회장이 “우리는 지금 모바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었다. 지난해까지 최신형 휴대전화를 내세웠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독자 플랫폼 ‘바다’에 힘을 쏟은 것이나 SK텔레콤이 처음으로 전시회에 참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MWC 현장에서 국내 대표 포털 업체인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들을 만났다. 국내 포털 업체 관계자들이 MWC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장을 둘러본 NHN 김상헌 대표와 다음 문효은 부사장은 “10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전 당시는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산업이 한창 재편되던 때였다. 국내에선 인터넷 포털 사업이 처음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엔 산업이 바뀌고 있다는 벅찬 감흥보다 위기감이 더 커 보였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대세’로 평가받고 구글폰 ‘넥서스원’에 들어가는 각종 신기술이 연일 화제가 된 것에 비해 국내 포털 업계의 모바일 기술은 ‘걸음마’ 단계였기 때문이다.
NHN 모바일사업부 원만호 실장은 “MS와 구글에 맞서 OS 개발을 하기보다는 응용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엄청난 자본과 인지도를 앞세운 구글의 마케팅 전략에 맞서기 힘들다”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우리 서비스가 먹힐지 의문”이라며 한숨도 내쉬었다.
NHN과 다음도 구글처럼 검색에 뿌리를 둔 인터넷 업체다. 차이가 있다면 컴퓨터에서 휴대전화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산업구조가 재편될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NHN과 다음은 ‘혁신적인 기업’으로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다. 해외법인을 만들며 나름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경 없는 인터넷 시장에서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국에서만 유명한 기업이 돼버렸다. 제대로 반성하기도 전에 이번 MWC에서 구글과 MS를 보며 기가 죽은 셈이다.
영 늦은 것은 아니다. NHN과 다음은 “우리만의 해법을 찾겠다”며 “좋은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세계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그간 선보였던 각종 서비스 중에는 경쟁력 있는 것들도 충분히 있다. ‘글로벌 포털’이 되는 데 지금 필요한 것은 격려와 응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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