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관의 독단’을 경계한 李 대법원장이 마저 할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일부 법관들의 ‘튀는 판결’에 침묵을 지키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어제 신임 법관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모처럼 말문을 열었다. 그는 “법관의 양심이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것이 돼선 곤란하다”며 “다른 법관들이 납득할 수 없는 법관 개인의 독단을 양심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정 사건을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광우병 PD수첩, 강기갑 의원 국회 폭력, 전교조 교사 시국선언 및 빨치산 미화교육 등에 대한 무죄판결이 국민적 비판의 화살을 맞자 사법부 수장으로서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결들은 판사가 법제정 목적을 무시하고 스스로 입법(立法)하듯이 자의적으로 법률해석을 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개인의 독단적 소신’을 반영한 판결이 잇따른 상황에서 이 대법원장의 어제 언급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인사에서 형사 단독판사 3명이 하나의 부를 구성해 재판하는 재정(裁定)합의부를 4개 만들어 국민적 관심이 쏠린 주요 사건을 배당하기로 했다. 형사 단독판사도 전원 경력 10년 이상의 법관들로 구성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사회적 관심이 높은 형사재판부가 아닌 민사재판의 배석 또는 가사재판부로 보내는 인사도 따랐다. 경륜이 부족하거나 편향된 시각을 가진 법관들이 주요 사건을 맡아 사법부 판결에 불신을 초래하는 현상을 시정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이 이번에도 우리법연구회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법연구회 전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튀는 판결을 한 판사들은 회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 단체는 그동안 폐쇄적으로 사조직화하면서 사법부 내부의 여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 대법원장도 2005년 인사청문회에서는 “법원에 우리법연구회 같은 단체가 있어선 안 된다”고 답변해놓고 정작 취임한 뒤에는 노무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는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법관은 공정한 재판이 아니라고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도 삼가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법연구회는 조속히 해체돼야 마땅하다. 이 모임이 해체되기 전에는 사법부가 건강성을 모두 회복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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