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 쓴 아들이랑 사진 찍어야지.” 졸업을 앞둔 내게 어머니는 굳이 오신다고 했다. 좋지만은 않다. 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년백수가 되니까.
실패를 직감한 건 두 달 전이었다. 나는 6년 전부터 기자를 꿈꿔왔다. 대학생활 동안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려온 터였다. 하지만 모든 게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5m²(약 1.5평) 크기의 고시원 방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였다. 여러 감정이 밀려왔다. 자존심이 상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웠고, 많은 사람에게 미안했다. 가장 힘든 건 꿈에 대한 회의가 들 때였다. ‘내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라는 물음에 답하기 쉽지 않았다.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은사님께 실패를 알리는 메일을 띄웠다. 며칠 뒤 답장이 돌아왔다. ‘어릴 적에는 마음이 급해서 목표의 달성 또는 실패라는 잣대로만 생각하기 마련이지. 인생에서 잃어버린 시간은 없어. 노력하는 만큼 자신이 성장하는 거야. 내공이라고나 할까. 한번 쌓인 내공은 10년 뒤, 아니 그 훨씬 뒤에도 힘을 발휘하게 될 거야.’
내 삶을 돌아봤다. 계란 한 판도 채울 수 없는 짧은 인생이다. 크고 작은 사건이 스쳐 지나갔다. 재수인생이었다. 대학 입시는 재수를 했고, 장교 시험에 떨어져 현역으로 입대했다. 이제 취업도 재수다. 변명거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결과가 그렇다. 실패한 인생일까. 아니다. 한때 실패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음을 나는 잘 안다.
앞으로 10년 뒤, 나는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빅터 프랭클 박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에서도 긍정적인 무언가를 얻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냥 지나쳐버린다고 경고했다. 자신의 일시적인 삶을 비현실적이라고 간주해 아무런 성과도 없다며 경멸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기회다. 그래서 나는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청춘이고 싶다. 부끄럽지 않으냐고? 그 반대다. 인생의 성공은 속도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믿는 까닭이다. 2010년은 내 인생의 원동력을 얻는 해로 기억되리라. 대한민국의 청년백수여,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크게 한번 웃고 다시 시작하자. 하하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