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사업구조개편에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최근 제출돼 심의를 하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임자도에서 치러진 조합장 선거와 관련하여 주민의 30%가량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1181개 조합 중 472개 조합이 지난해에 선거를 치렀고 올해는 3월까지 406개 조합이 선거를 치렀거나 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의 농협에서는 조합의 다양한 사업을 잘 이끌어갈 덕망 있고 능력 있는 조합장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뽑는다. 다만 임자도와 같은 부정선거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 사이에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작년에 농협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하여 농협이 조합원과 농민을 위한 진정한 조합으로 태어나게 하기 위하여 중앙회 회장의 임기를 단임으로 하고 인사추천위원회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이 개정되었다. 지역조합의 조합장은 중임 가능하고 지역 조합원에 의하여 상임과 비상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조합의 규모가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전문경영 상임이사를 둘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지역 조합장은 지역농협의 경영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리인 만큼 지역 조합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과열될 소지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임자도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합장 선거가 민간 자율 조직의 선거이긴 하나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금품수수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선거운동 수단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농협법에서 허용하는 선거운동 방법은 합동연설회, 전화 또는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홍보 등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하는 다양한 수단과 비교해 보면 선거운동 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후보자 검증방법이 제한되어 조합원이 능력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지 못할 우려가 있고 특히 금품 제공 등 혼탁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권자의 수나 구성을 감안할 경우 이러한 제한을 두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조합장 후보자가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조합원에게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을 허용하는 제도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금품 수수행위 등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벌칙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금품을 제공하는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품을 제공받은 자만 제공받은 금액의 50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과태료로 부과하게 되어 있으나 형평성 차원에서 금품 등을 제공한 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금품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금품을 제공하는 자에게도 동일한 과태료를 부과하여 과태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금품 수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는 어떤 유형을 막론하고 본질적으로 과열될 소지를 항상 안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거나 단속하는 것만으로 부정선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공명선거를 위한 단속 외에도 조합 운영 투명성을 확보할 본질적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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