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곳곳에서 비리의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다. 일선 교육청 승진 인사에 뇌물이 오가는가 하면 교육청의 일반 공무원도 공사를 발주하면서 금품을 챙겼다. 서울시교육청의 수장(首長)이었던 공정택 전 교육감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온갖 비리의 온상 같은 곳에서 어떤 부패가 터져 나올지 주목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상 최대 규모의 ‘교사 결의대회’를 갖겠다고 한다. 전교조가 지난해 ‘교사 시국선언’에 이어 이 대회를 통해 다시 정치 운동의 포문을 열 경우 교육현장이 또 한 번 이념과 정파의 선전 선동장이 돼 버릴 우려가 있다. 전교조는 줄기차게 그런 모습을 보여 왔으면서도 이런 행태를 지적하면 ‘우리들을 죽이려 한다’고 역공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공교육을 책임진 교육청 사람들은 부패한 거간꾼 수준으로 전락했고, 전교조는 특정 정치세력의 동맹군으로 변질돼 아이들까지 시대착오적 의식으로 물들이고 있다.
비리와 정치로 오염된 거대한 病棟
정부는 교육 및 입시 자율화를 신장시키기는커녕 교육현장 통제에 과잉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현장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밀하게 시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시행착오를 빚고 있다. 교육정책이 자꾸 포퓰리즘에 기울어 국가발전의 동력이었던 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계의 부패와 정치적 오염, 그리고 정부당국의 인기영합을 보면서 교육이 깊은 수렁에 빠져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대한민국 교육 전체가 거대한 병동(病棟)으로 바뀐 듯한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수사의 칼날은 공 전 교육감을 향하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의 측근은 14억 원이 입금된 통장을 사무실 책상에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2008년 교육감 선거에 34억 원을 썼던 공 전 교육감은 선거 때 그를 도왔던 측근들을 좋은 자리에 보내주는 보은(報恩)인사로 물의를 빚었다. 이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14억 원은 어떻게 모은 돈인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입시관리 실패한 정부, 학교 현장 탓 말라
교육청 비리에 이어 자율형사립고 입시와 대학의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부정 의혹이 연쇄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학교자율 확대 및 사교육 억제 대책의 일환으로 자율형사립고와 입학사정관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자칫하면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릴 판이다. 이번 의혹은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자율형사립고 입시에서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저소득계층이 아닌 학생이 합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과 관련된 자격규정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자녀 이외에 ‘기타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가운데 학교장이 추천한 자’라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에 따라 중학교 측은 부모의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사정이 나빠진 학생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것이 문제라면 일차적인 잘못은 규정을 모호하게 만든 교육당국에 있다. 그럼에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주 “정부가 좋은 의도로 만들어 놓은 제도를 악용한 교장과 책임자를 엄중 조치하고 학부모도 이런 것을 악용하면 당연히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책임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학생 학부모 학교에만 문제를 떠넘기는 발언이니 뒷전에서 비웃음이 나오지 않겠는가.
정부가 대학 측에 강력히 요구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도 일부 수험생이 수상경력 등을 부풀리거나 조작해 서류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입학사정관제 자체가 주관적 전형방식으로, 평가기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안 장관은 이번에는 “입학사정관제 운영 결과를 보니 제도를 남용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면서 “대학의 의지에 감탄했다”고 말했지만 과연 그럴까.
患部 철저히 도려내고 교육 자율은 신장해야
전교조가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역대 최대 규모의 ‘교사 결의대회’를 갖기로 한 것은 이들이 학교를 정치로 오염시킨 그간의 잘못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대회는 지난해 두 차례 강행했던 시국선언에 이어 또다시 정부를 공격하고 전교조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낼 여지가 농후하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등을 선출하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조직력과 수(數)의 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치집단이 교육현장 안팎에서 활개 치는 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교육계가 썩어 비리가 만연할 때까지 정부와 수사당국은 과연 눈치조차 못 챘단 말인가. 아니면 저절로 고름이 터지지 않는 한 눈감고 있겠다는 자세였던가. 이런 교육계를 두고 무슨 교육개혁이며, 교육경쟁력 강화인가. 교육비리 척결 노력이 또다시 용두사미가 된다면 정부 스스로 부패의 비호세력이 되는 셈이며, 교육백년대계는 잠꼬대가 되고 말 것이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입학사정관제 같은 정책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점진적으로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계 환부는 철저히 도려내되 교육의 자율은 신장해야 한다. 정부는 자율과 경쟁을 중시하겠다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교육정책을 재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