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주요 정책으로 내건 초중등학생 전면 무상급식 공약을 전파하는 선봉에 서 있다.
박 최고위원은 “미국 영국 일본 스웨덴 등 선진국 대부분이 의무교육 기간 중 무상급식을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매체에 그렇게 기고했고, 지난달 26일 당내 공개회의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그러나 같은 당 김성순 의원은 이날 “사회주의 국가 이외에는 북유럽 국가만이 완전한 무상급식을 한다”는 정반대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기자는 두 의원실에 근거자료를 요청했다. 박 최고위원 측은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를, 김 의원 측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를 보내왔다. 둘 다 5쪽 분량이었다.
박 최고위원 측 자료는 “대부분 선진국가에서는…급식비 등에 대해서도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해 완전 무상교육을 하고 있다”고 돼 있다. 또 ‘외국의 의무교육과 무상급식 운영현황’ 표에는 의무교육과 급식 가운데 어느 쪽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은 완전 무상”이라고 표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국은 전체 학생에게 무상급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미국은 주(州)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무상급식을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제공한다. 기자가 워싱턴 특파원 시절 3년간 지낸 버지니아 주도 그랬다. 보고서를 만든 입법조사관은 통화에서 “무상급식을 연구한 국내 자료가 부족했다. 2002년 연구논문이 거의 유일했고, ‘표 자료’도 거기서 인용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보고서를 성급하게 해석한 측면도 있다. 보고서 5쪽엔 “서민층이 밀집한 (미국의) 도심지역은 무료·할인 급식자의 비율이 교외지역보다 월등히 높다”는 대목이 나온다. 도심이건 교외건 ‘전액 무상급식’은 아님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반면 김 의원이 인용한 교과부 자료는 △미국은 학생의 49.5%가 무상급식을, 9.5%는 할인급식을 받으며 △영국은 34%가 무상급식을 받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무상급식 확대 문제는 민생과 직결된 이슈로 정치권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확한 자료와 실태 파악은 그런 논의를 위해 필수적인 전제이다.
박 최고위원이 자료가 부정확한 것을 알고도 그런 주장을 펴지는 않았겠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좀 더 면밀히 자료를 검증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잘못된 자료를 토대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정책공약을 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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