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은 대북한 외교의 최일선이다. 6자회담의 재개 여부와 관련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임 2개월을 맞은 류우익 주한 중국대사를 지난달 26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만났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도 북한 문제부터 시작됐다.》 ―최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3월 말이나 4월 초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사국이 6자회담 재개에 뜻을 같이하고, 중국도 의장국으로서 재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북한도 대화 재개에 적극적이고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방북 이후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다만 북한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과 미국 등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핵심적인 논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조건을 내걸며 시간을 지연하기보다 문제의 본질을 보고 여기에 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능성과 시기 등을 어떻게 보나.
“지난해 원자바오 총리와 올 2월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시 거듭 김 위원장의 방중을 초청한 데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한 고위 인사들이 줄지어 중국을 방문했다. 이런 정황으로 보면 방중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방중 시기는 예단할 수 없다. 한 가지, 김 위원장이 중국을 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성과가 있어야 하지 않나.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에 대한 좀 더 진전된 견해를 내놓는 등 가닥이 잡힌 후에야 방중이 성과가 있을 것이다.”
‘실세 대사’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남북 정상회담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사는 “남북 대화를 맡고 있는 부서가 따로 있다. 여기에 대사가 끼어드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할 것이다”라고 했다.
―천하가 변하는 것을 보겠다며 중국에 부임했다. 중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나.
“중국은 시공간적으로 생각이 깊은 나라다. 단편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큰 틀과 흐름에서 봐야 한다. 현재 세계는 큰 변혁의 시대에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 변화는 정치 경제 사회 이데올로기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변화는 한반도, 그리고 한국의 미래와 매우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 중요하다. 중국이 이렇듯 광폭의 변화를 하는 때 부임해 큰 소임과 책임감을 느낀다.”
류 대사는 인터뷰 도중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칭 ‘차이나 소사이어티’ 같은 중국 전문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전문가 등 연구 인력은 물론이고 정부와 기업, 언론, 무역현장 등 어디서라도 중국과 관련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킹을 하면 우리의 대중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처음 조직이 만들어질 때는 정부에서 적극 돕더라도 작동은 민간의 역량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노력으론 부족… 정부-기업-언론 공동노력을 中 강해지면 한국과 불편해질거라는 생각 버려야”
―일부에서는 중국이 강해지면 한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진다거나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부임 이후 정계 관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만난 많은 중국인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한국이 잘되는 것이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중국의 근대화에 좋은 선생이었다’라는 것이었다. 나도 양국은 상보상성(相輔相成·서로 도와서 일이 잘되도록 하다)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강해지면 한국과 불편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떨칠 때가 됐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초기에는 중국 측이 적극적이었던 반면 우리는 다소 소극적이었는데 언제부턴가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이는 양국 교류의 폭과 깊이가 크게 달라진 것을 반영한다. 한중 교역이 한국과 미국,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아지고, 양국 간 하루 비행기가 120편이 날고, 양국 유학생이 13만 명에 이른다. 지구상에 이렇게 교류가 밀접한 나라가 없다. 한중 FTA는 서두를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FTA로 한국경제에 주름살이 생길 만한 것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게 과제다.”
―‘대통령실장’을 4개월 만에 물러나게 했던 PD수첩 보도와 관련한 판결에 대해서는….
“대사로서 국내 정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대학에서 30년 동안 진실을 가르친 교수 출신으로 ‘진실은 진실로 남는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대사 내정 후 “중국대사는 나의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고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사직을 마친 후 어떤 공직도 맡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30년 봉직한 교수와 국제학술기구 수장직 등을 접고 온 만큼 대사직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낸 것일 뿐이다.”
한편 한국이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한 데 대해 중국도 걸맞은 인물을 인선하느라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정부는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의 임명으로 공석이 된 주한 중국대사를 이번 주 안에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류우익 대사: ―1950년 경북 상주 출생 ―1971년 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1980년 독일 킬대학 철학박사 ―1990∼1991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초빙교수 ―1989∼1994년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 위원 ―2000∼2002년 서울대 교무처장 ―2007∼2009년 세계지리학연합(IGU) 사무총장 ―2008년 대통령실장 ―2009년 12월 주중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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