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용]기아차 공장, 한국에 짓게 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기아차 공장을 유치한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시는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다. 시내의 푯말에 쓴 “우리 마을에 기아차를 보내주신 것을 신께 감사드린다”와 “사막과도 같은 곳에 기아차는 분수와 같았다”라는 주민의 말이 이를 잘 표현한다.

기아차는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지난달 26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로써 기아차는 세계 3대 시장인 유럽(슬로바키아 30만 대)과 중국(43만 대), 그리고 미국에 연구개발 생산 판매 및 서비스의 전 부문을 현지화해 지역 소비자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체계를 갖추게 됐다.

기아차 공장 준공으로 미국 현지에서 고용한 인력은 현재 1100명 수준이다. 30만 대를 생산하는 2013년에는 33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의 고용까지 감안하면 총 1만1000여 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산업의 전후방 효과로 인근 지역에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 덕분에 실업률도 작년 6월의 14.5%에서 시험생산 이후인 12월에는 12.7%로 낮아졌다. 극심한 경기 침체 와중에도 19개월 동안 식당과 편의점 등 23개의 사업체가 생겨나는 등 기아차 준공으로 지역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가 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이유에는 현지 소비자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점도 있지만 두 가지를 더 들 수 있다. 첫째,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만들어 팔면 현지인의 반감을 덜 수 있다.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넘는 좋은 방법이 된다. 둘째, 국내의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와 전투적 노사관행이 또 다른 이유다. 현 정부 들어 기업 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조지아 주가 기아차에 제공한 기업 환경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무역마찰을 피하고 운송비를 비롯한 비용 절감의 이유로 공장을 외국에 설립하거나 이전하는 일은 앞으로도 더 늘어나겠지만 이는 어쩔 수 없다. 그런 만큼 국내에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남은 방법은 국내에 공장을 잡아두거나 설립하도록 함으로써 일자리를 잃지 않거나 더 많이 만들도록 국내 생산비용을 낮추는 길밖에 없다. 이는 곧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흔히 하는 착각 중의 하나가 한 나라의 일자리 총량은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노동 총량 불변의 오류(lump of labor fallacy)다. 그러나 일자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업 환경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우선 조건은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다. 과도한 고용보호를 해소하여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함은 물론, 임금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며, 고용 형태를 다양화해야 한다. 즉, 노동시장이 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 사정에 따라 방해받지 않고 신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일자리 창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 기아차의 조지아 주 공장 준공은 어느 때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지아 주정부는 기아차에 공장용지와 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고용창출 지원금과 연수원, 교육 훈련에 지원을 한다. 이런 파격적인 지원은 아니더라도 노동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이기만 해도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 유인이 크게 줄어들어 일자리 걱정을 덜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기업가 정신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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