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엉성한 기계적 작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이 면이 윗면(리넨에 실크스크린 잉크· 205.4×127.6cm·1962)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푸핫! 보는 순간 웃음이 터진다. 멀리서 보면 추상작품인가 싶은데 한발 다가가 살펴보면 화면에는 온통 빨간색 스탬프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혀있다. ‘이 면이 윗면(This side up)’이라고 인쇄된 스탬프들이다. 가전기구 등 제품의 포장 상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옆으로 누이지 말라는 간략한 지시문이 워홀 덕분에 미술관에서 ‘귀한 손님’ 대접을 받게 된 것.

“내가 이렇게 그리는 까닭은 기계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기계처럼 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워홀의 생각을 존중한다면 굳이 심오한 메시지를 찾기 위해 머리 싸맬 필요는 없을 터다. 1962년부터 그는 ‘깨질 수 있는 물건이니 조심해서 다루어 주세요’ ‘이쪽 면으로 열어주세요’ 등 운송 라벨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한다. ‘이 면이 윗면’ 역시 그 연작 중 하나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