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프리카를 다녀왔다. 알제리와 탄자니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교류의 거점 대학과 협력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하고많은 외국 대학 가운데 왜 아프리카까지 가서 대학 협력을 추진하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수산입국을 국가의 어젠다로 설정했던 때가 있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 굶주린 국민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고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대통령이 당시 부산수산대에 국내 최초의 원양어선을 주고 대통령 부인이 배의 이름을 명명하고 진수했을 정도다. 대통령은 부산수산대 교수회의에도 참석했을 정도로 수산입국에 열정을 보였다. 당시 외국에서 벌어들인 달러의 30%가 원양어업에서 나왔고 수출의 36%가 수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수산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수산업은 국민의 식량 해결만이 아니라 외화벌이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농업기술을 가르쳐 준다면 그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자본 형성이 어렵다. 아프리카 출장 때 만난 현지의 대학 관계자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크게 환영하며 반색했다.
필자가 몸담은 대학은 부산수산대의 후신으로 해양 분야의 특성화대학이다. 특히 수산해양 분야에서 가장 많은 연구 실적을 보유한 대학이다. 2007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아프리카 수산 새마을운동을 추진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수산 정책 입안자가 해마다 우리 학교에 와서 수산기술을 전수받는다.
이들은 연수 기간에 수산정책 수립을 비롯하여 고기는 어떻게 잡는지, 양식은 어떻게 하는지, 수산식품 가공은 어떻게 하는지, 수산 질병은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하는지를 진지하게 배우고 간다. 알제리를 비롯하여 20개국 65명의 공무원 및 연구자가 교육을 받고 갔다. 이 교육을 받고 돌아간 아프리카 수산인이 최근 새우 양식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는 유럽 시장이 가까우므로 수산물 수출로 부를 축적해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 있다는 비전에 눈뜨고 있다.
우리 대학은 KOICA가 주관하는 국비유학생 석사과정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올해부터는 아프리카 지역 대학원생들을 해마다 초청해서 교육할 계획이다. 우리는 2년간 이 학생들에게 수산 분야 전문교육과 더불어 선장 자격증을 주는 어선해기사(항해사와 기관사) 교육을 하게 된다. 한국형 수산 기반 발전모델을 공적개발원조(ODA) 차관을 활용하여 아프리카에 전수해 주는 일은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아프리카의 무궁무진한 자원 개발에 참여할 길을 함께 닦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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