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인사 비리가 공정택 전 교육감의 선거자금 조성과 연관됐을 개연성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서울시교육청 비리사건’이 아니라 ‘공정택 게이트’라고 불러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공 전 교육감 재직 시절인 2009년 장학사와 장학관의 교장 발령 비율이 전년도 23.5%에서 44.4%로 크게 늘자 교육감이 전문직 봐주기를 했다는 소문이 많았다. 인사 비리에 고위층이 연관돼 있고 정점에는 공 전 교육감이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더해졌다. 공 전 교육감의 최측근들이 인사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부터는 소문의 단계를 넘어 사실로 믿어지고 있다.
‘공정택 게이트’든, ‘시교육청 비리’든 명칭에 관계없이 검찰 수사는 6월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보수 성향인 공 전 교육감을 둘러싼 비리가 선거에서 장애물이 될 것을 우려해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길 바라는 눈치다. 반면 야당은 벌써부터 정부 여당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공 전 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반기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시교육청이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연루자들을 일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공 전 교육감은 지난해 10월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교육청을 떠났지만 여전히 청 내에는 일명 ‘공정택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비리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씻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이 라인부터 없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 전 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반기는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미 교육청을 떠난 공 전 교육감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일 “지난 선거자금 비리사건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공 전 교육감을 벼랑으로 밀고 자신은 관계없는 듯 보이려는 인사들이 있다”며 혀를 찼다. 시교육청의 라인은 공정택 라인 하나뿐이 아니라는 뜻이다.
검찰 수사 확대를 새 출발의 계기로 삼으려는 일부 교육청 관계자의 태도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공정택 라인 하나만 해체한다고 시교육청이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연과 학연으로 뒤섞인 ‘라인 문화’가 여전히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특정 라인에 얽매이지 않은 인사가 누구인지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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