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 3不, 정 총리와 교육부의 엇박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등 3불(不)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한 데 이어 3일에도 “3불 가운데 고교등급제는 이미 일부 대학 특정학과에서 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무너진 제도”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3불 정책에 대한 논란이 교육계 안팎에서 다시 점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학들이 3불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정부가 정권 차원에서 3불을 강하게 고수했던 때와 교육 여건은 많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고교별 성적과 전국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학교 간 지역 간 학력 격차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입시에서 고교를 차등 대우하는 고교등급제의 차원이 아닌, 고교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 대학으로의 도약과 등록금 인하 요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사립대의 재정난을 완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기여입학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3불 정책 재검토 얘기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는 3불 정책 논의를 거북해한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 전형 자체가 대학입시 자율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입시생의 다양한 능력을 보고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대학들이 원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으므로 3불 논쟁은 현 시점에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만능이 아니며 여러 입시방식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대학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하라고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자율화 역행이다.

대학들은 3불을 유지하고서는 진정한 대학 자율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취임을 앞둔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사회적 합의만 된다면 3불 폐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한중 연세대 총장도 “3불이 있는 한 자율이 없어 입시는 더 복잡해질 뿐”이라고 했다. 과거 정권은 입시 개입을 통해 사교육 확대와 같은 폐해를 자초한 적이 많았다. 자율을 내세우던 현 정부도 대학 규제를 계속해 많은 문제를 부르고 있다.

3불 정책을 둘러싼 총리와 교과부의 엇박자는 국민에게 혼란을 준다. 현재 고1 학생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13학년도부터 ‘자율입시’를 하려면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3불에 대한 논란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당초 약속했던 대입 완전 자율화의 구체적인 시행일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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