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교수님의 스트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8일 03시 00분


국립대만대의 리쓰천(李嗣<) 총장이 한 인터뷰에서 “국립대만대는 세계 일류 대학으로 도약하는 출발점과 해법을 교수에게서 찾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교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대학은 발전이 없다. 교수 간 치열한 경쟁이 대학 생존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앞장서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우리 대학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대학들은 대학원 경쟁력이 유난히 취약하다. 정부는 연구중심대학을 만든다며 1999년 BK21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먼저 대학원을 육성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국내 명문대가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을 교수로 임용하는 예는 찾기 힘들다. 그만큼 대학원 경쟁력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24년 동안 평일에 연구실에서 자며 공부해 ‘입실수도(入室修道)’를 회자시킨 권철신 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우리 교수들은 제자들을 대학원에서 열심히 가르치기보다는 유학 보내는 일을 우선시하고 있으니, 연구중심대학이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조선과 반도체 등 몇몇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분야를 배우기 위해 한국 대학을 찾아오는 외국인 유학생은 드물다. 지난해 영국 더타임스의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가 47위에 오르긴 했으나 한국의 대학원들은 뚜렷한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가다간 세계 최고를 기록한 한국 기업에서 앞으로 한국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 인력을 찾기 어렵게 될지 모른다. 필요한 인재는 외국에서 끌어올 수도 있는 것이 기업이니, 기업이 발전했다고 해서 대학도 발전한다고 보면 오산이다.

▷싱가포르국립대는 교수들을 공부하는 분위기로 몰아넣어 더타임스 평가에서 세계 30위에 올랐다. 국립대만대도 198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만큼 교수들의 연구열이 뜨겁다. 대학은 대학으로서 살아남아야 한다. 교수가 편안하면 대학이 망하고 대학과 교수가 치열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우리 교수들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으나 그것만으론 흡족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제자를 만드는 일로 고민하는 교수가 많아져야 우리 대학이 더 도약할 수 있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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