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사모임 실태’ 이제야 파악해보자는 사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8일 03시 00분


전국 법원장들이 지난주 1박 2일 간담회에서 우리법연구회를 비롯한 판사들의 연구모임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대법원이 밝혔다. 대부분의 법원장들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관 윤리강령에 위배되는 점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집단행동과 ‘튀는 판결’이 파문을 빚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고조된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아직 정확한 구성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이라는 보수적 시민단체가 최근 129명의 현직 법관이 이 연구회에 소속됐다며 명단을 공개했지만 어느 정도 정확한 명단인지는 불확실하다. 우리법연구회는 ‘논문집 끝에 회원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이 학술단체로서 정체성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며 올해 6월 논문집을 내면서 회원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자체 조사를 하지 않고 명단 파악을 그때까지 미룰 것인지도 분명히 하지 않았다.

전부터 국회에서 여러 차례 우려와 함께 해체 요구까지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아직까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법부 내에서 목소리가 큰 우리법연구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든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에 이런 단체가 있어선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지만 지난 4년 반 동안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우리법연구회는 모임의 폐쇄성과 회원들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사법의 정치화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관여 파동도 우리법연구회가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 파동 때에는 진상조사단까지 만들어 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대법원이 우리법연구회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신 대법관 파동 때와는 달리 너무 느리고 미온적이다.

우리법연구회가 자신들이 주장해온 것처럼 순수한 학술모임이라면 명단 공개를 6월까지 미룰 이유가 없다. 다른 학술 모임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법부에서 정치적, 사회적 논란을 빚은 모임은 우리법연구회가 거의 유일하다. 사법부가 국민의 불신과 우려를 해소하려면 이 대법원장이 판사모임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