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마이클 브린]화장실 휴지통 없애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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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올해 말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각국 정상이 서울을 방문한다. 전 세계 미디어를 비롯한 수천 명이 함께 서울을 찾을 것이다. 서울에 이처럼 많은 외국인의 ‘대공습’이 있었던 최근 행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당시 공중 화장실 개선 캠페인이 벌어졌고 성과가 컸다고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캠페인이 필요한 듯싶다.

물론 민감한 문제다. 동굴이나 초가집에 살았던 먼 옛날부터 어떤 문화권에서나 인류는 자신의 신체 작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다루기를 꺼렸다. 화장실 문제도 그렇다. 오물 처리 시설을 매일 비워야 한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고 화를 내기까지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인간의 혐오증은 언어에서도 드러난다. 영국인은 이 사적이거나 당황스러운 공간을 지칭할 때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화장실(toilet) 또는 세면소(lavatory)가 그것이다. 미국인은 심지어 휴게실(restroom) 또는 목욕실(bathroom)이라는 다소 기만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마치 그들이 그곳에 한숨 자거나 샤워를 하러 가는 듯이 말이다. 북한 사람들은 혐오시설을 가리켜 ‘자본주의 방’ 등 혁명적인 이름을 사용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위생실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렇게 배설에 대한 당황스러운 감정은 모든 민족에게 공통이지만 화장실과 관련된 습관은 매우 다르다.

나는 최근 아파트에서 현대식으로 개조한 한옥으로 이사했다. 주말이면 일본인과 한국인 관광객이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멋스럽다. 내부에는 싱싱한 소나무 대들보와 깨끗한 흰색 벽이 주말 별장과 같은 풍채를 뽐낸다. 편의 시설은 모두 현대식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외국 손님에겐 당혹스러운 습관

단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우리 가족에게 화장실 휴지를 변기에 넣지 말고 휴지통에 넣어 다른 쓰레기와 함께 밖으로 내보내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평생 그렇게 처리해 본 적이 없다. 사람은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고 타 문화의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습관도 고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화장실 습관을 받아들여 자신을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개인적으로 당혹스러운 과제에 직면한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한국 화장실을 소재로 한 유튜브 동영상까지 봤다. 카메라는 마치 범죄 현장을 조사하려고 나온 취재진처럼 휴지통 안에 사람의 오물이 묻었다고 생각되는 휴지를 근접 촬영했다. 이 동영상은 이번 주말까지 1만2000명이 시청했고 81명이 댓글을 달았다. 일부는 역겨움을 표시하기도 하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언급했다. 나는 한국에 오래 살았지만 이 문제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한번은 외국인 독자가, 왜 그의 한국인 부인이 휴지를 변기에 넣지 않고 휴지통에 넣는지 설명해 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나에게 보낸 적은 있다. 전에 근무했던 사무실에 플라스틱 휴지통이 놓여 있었고 화장실에 불쾌한 냄새가 약간 떠돌던 일이 기억났지만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휴지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처음으로 이 문제를 주목하게 됐다. 영화에서는 웃기겠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은 상황 말이다. 처음으로 나는 바로 옆에 있는 휴지통과 그 안에 있는 휴지에 관심이 갔다. 나는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살아남았고 다시는 그때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집주인 아주머니의 지침을 듣고 나서 비로소 비위생적인 습관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상업 건물뿐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에조차 간혹 냄새를 풍기는 휴지통이 놓여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 사무실 직원에게 손을 들어 보라며 설문조사를 해 보았는데, 75%가 휴지통을 사용하는 쪽이 더 좋다고 했다.

구청-배관공도 문제 없다는데…

나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요구를 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근거가 필요했다. 종로구에서 하수 오물 처리를 담당하는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오물 처리 파이프가 충분히 넓고 화장실용 휴지는 신속하게 분해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변기가 휴지 때문에 막힐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배관공에게도 전화를 했다. 변기 뒤에 있는 U자형 파이프만 막히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 아마도 휴지를 길게 끊어 두꺼운 뭉치로 버리지 않고 한 번에 두세 칸 정도만 사용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생각된다. 이로써 화장실 휴지와 관련해 주인집 아주머니에 대한 나의 반란은 정당성을 얻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문제에서 나아가 G20을 계기로 적잖은 외국인이 비위생적으로 인식하는 휴지통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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