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우성]밴쿠버엔 아직 국가대표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연일 화제가 됐던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온 국민이 오랜만에 한마음으로 TV 화면 앞에 모여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직장인은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컴퓨터 화면에서 인터넷을 통해 중계되는 금메달 소식을 만났다. 이런 국민적 환호를 뒤로 하고 또 다른 올림픽이 준비되고 있다. 밴쿠버 장애인겨울올림픽이 12일부터 21일까지 세계 45개국 1350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10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한국은 장애인올림픽 5개 전 종목(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아이스슬레지하키 휠체어컬링)에 49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한국대표팀 역대 최대 규모다. 더 나아가 일반 올림픽에서는 아직 한 번도 출전권을 따지 못했던 단체종목을 선보이는데 아이스슬레지하키와 휠체어컬링 선수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하반신이 불편한 장애인 선수가 슬레지(썰매)를 타고 하는 아이스하키 경기이고 컬링 역시 휠체어에 앉아서 하는 경기이다. 물론 이들은 지역별 예선과 세계선수권대회을 통해 출전권을 획득한 실력자들이다.

장애인 대표선수 중에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장애인겨울올림픽에서 장애 비장애를 통틀어 알파인스키에서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한상민이라는 걸출한 스타선수가 있기도 하다. 한상민 역시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선수로 앉아서 타는 좌식스키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스포츠에는 분명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이 있다. 이번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초반부터 관심을 끈 이유는 평소 비인기 종목인 빙상과 쇼트트랙에서의 역주와 메달 획득, 그리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을 선보인 덕분일 것이다. 아마추어 종목의 존재 가치가 가장 빛나는 대회는 아직도 분명 올림픽이다. 일반 올림픽이 끝나면 곧이어 장애인올림픽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조직위원회가 개최한다. 대부분이 아마추어 종목이자 비인기 종목이기도 한 장애인경기 역시 세계 최고의 각축장은 올림픽이다.

밴쿠버에서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모태범과 이상화, 이승훈, 그리고 김연아 선수에게 보냈던 박수를 이제는 장애인 대표선수에게 보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이들을 정말 외롭게 하는 것은 장애인올림픽 기간에만 보이는 반짝 관심과 그 관심의 중심을 차지하는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시각이다.

이들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운동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었고 완성했다. 다른 점이라면 신체적인 특성을 극복하려고 남들보다 좀 더 노력했다는 점이고, 유니폼 사이즈가 남보다 좀 더 다양하고, 경기용 휠체어를 비롯한 운동용품이 좀 더 복잡하고 부피가 크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장애인의 90%는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은 중도장애인이다. 이들이 진정 다른 점은 부지불식간에 닥쳐온 장애를 극복하는 데 국가대표급의 인내와 노력을 들였다는 점이다. 시련을 이겨내고 국가대표가 됐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 하겠다.

숱한 화제와 감동, 그리고 김연아라는 국보급 스타선수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준 밴쿠버 올림픽은 17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이제는 누구보다 더 단단한 마음가짐과 준비로 또 다른 올림픽을 준비하는 장애인 대표팀을 다시 한 번 뜨겁게 응원하자.

무관심과 냉대에 얼어붙은 이들의 가슴이 밴쿠버 장애인올림픽에서 따뜻하게 열리기를, 스포츠마케팅 차원에서 이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갑을 여는 기업이 이제는 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우성 밴쿠버 장애인올림픽 한국선수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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