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면 가장 먼저 온천을 떠올릴 만큼 목욕문화가 발달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 정도 욕조에 몸을 담근다. 일본 가정에는 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몸을 덥혀야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다. 핀란드에서도 두 집 건너 한 집, 지방에는 여덟 집 건너 한 집 정도로 사우나가 있다. 밖에서 돌아오면 사우나에서 증기로 몸을 녹인다. 손님이 찾아오면 주인 부부가 함께 사우나를 하며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도 있다. 뜨거운 김으로 몸을 덥혔다가 눈밭을 걷거나 얼음물에 뛰어드는 것도 핀란드 사우나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독일이나 스위스에 가면 사우나에 아버지와 성년의 딸이 함께 들어온다. 이성의 자녀가 자랄 만큼 자라면 함께 공동 목욕탕에 가지 않는 우리네 문화로 보면 민망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하면서 동네 목욕탕이 사라지더니 언제부터인지 사우나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금은 찜질방 황토방에서 만나는 모임이 활발하다. 목욕탕은 남녀 구분이 분명한데 황토방 잠자리에는 옷을 걸치고 있지만 남녀 자리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독일 사우나를 닮아가려는 모양이다.
▷이탈리아 파도바대가 3개월 동안 젊은 남성 10명에게 주 2회 15분씩 사우나를 하게 했더니 정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체의 체온이 다른 부위보다 2도 정도 낮아야 정상적으로 정자가 생산되는데 높은 체온으로 기능이 부실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니어서 사우나를 중단하면 원상으로 복구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우리 선조들도 사내아이들은 하체를 벗겨 차게 키웠다. 일본 부모들은 겨울철에도 아이들에게 맨살에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힌다. 건강하고 강인하게 키우려는 의도였다. 파도바대처럼 실험을 해보지 않아도 생활의 경험을 통해 하체 온도와 정자 수의 상관관계를 터득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무더운 여름날을 ‘황소 ×× 늘어지듯이 덥다’고 한다. 황소도 본능적으로 생식 기능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정자 생산부위를 늘어뜨려 온도를 낮춘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뒤늦게 과학이 쫓아가며 증명해내는 것이 비단 피도바대의 실험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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