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허승호]大國의 덩치, 소년의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중국 위안화 환율은 따로 찾아볼 필요가 없다. 2005년 7월까지 10여 년간 달러당 8.30위안이었고 글로벌 경제위기 징후가 보이던 2008년 7월부터 지금까지는 6.83위안이다. 그 사이 3년을 제외하면 환율 그래프는 아예 수평선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수출국이며 올해는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다. ‘위안화 기축통화’도 꿈꾸고 있다. 환율 조작 같은 일을 하기엔 너무 큰 대국이지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그래프를 가졌다.

中위안화, 글로벌 불균형의 장본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4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사상 초유의 돈이다. 경제의 펀더멘털에 맞게 환율을 운용하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이렇게 쌓일 수 없다. 하지만 긴 기간 균형이 깨지고 중국처럼 매달 200억 달러씩 무역흑자가 지속되면 외환보유액 누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대규모 무역적자에 대해 중국을 탓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환율을 조작해왔다는 것. 자국 경기를 유지하기 위해 타국을 희생양 삼은 ‘근린궁핍화(begger my neighbor)’ 혐의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둘 사이의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앞서 1994년에도 중국은 위안화를 한꺼번에 33%나 평가절하해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遠因)을 제공한 바 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미중 환율 갈등은 무역불균형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로 빠져나간 달러는 흑자국들이 미 국채 등을 매입하면서 다시 뉴욕으로 환류한다. 이 돈이 자산버블을 일으키고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촉발했다는 것이 미국 등의 생각이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DI-IMF 합동세미나에서 “교역-저축-투자에서 이 같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해소되지 않으면 위기 탈출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게 더 큰 문제다.

위안화 저평가 수준은 15∼25%로 중국 자신도 감당 못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결과는 중국 내 경기 과열과 인플레다. 부동산 등 자산거품 문제도 따른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위안화 조정 시기를 2010년 상반기로 점친 것도 ‘그때쯤이면 더 방치하지 못할 만큼 환부가 부어오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외압이 아니라 내부 요인 때문에 환율에 손댈 시점에 이른 것. 이들의 예상대로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은 6일 위안화 절상을 시사했다. 혹여 환율 조정의 취지가 ‘공정한 국제경제 질서에 한 발짝이나마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면 참 반가운 일이겠지만…지금 중국의 모습에서 그것은 기대 난망이다.

어쨌거나 절상 시사에 국제사회는 밝아진 표정이다. 그렇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점진적 절상을 택하면 추가 절상을 기대한 핫머니의 유입으로 중국 내 유동성이 급증할 수 있다. 인플레 잡으려다가 또 다른 거품을 부르는 셈. 그런 징후가 이미 보인다. 반면 단숨에 절상하면 핫머니 문제는 해소되지만 이번엔 수출업계가 못 견딘다.

너무 와버렸지만 털고 가야 할 문제

정치적으로도 간단치 않다. 위안화를 절상하면 중국의 달러표시 보유자산의 가치가 뚝 떨어진다. 애써 모은 돈이 허공에 날아가는 것.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먼저 달러자산을 팔아 위안화로 바꿔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엔 달러자산과 달러의 값이 동시에 떨어진다. 중국과 미국에 함께 당황스러운 일이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문제다. 이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절상 요구를 애써 외면해온 이유이며 또한 결과다. 환율과 관련해 중국은 스스로 교정하기도 힘든 지경까지 와 버린 것이다. 하지만 고성장의 대가로 소복소복 쌓아온 부산물이다. 어떻게든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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