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안부 장관 왜 빨리 임명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 1주일이 되는데도 아직까지 후임자는 깜깜무소식이다. 청와대는 “이 장관이 사퇴 막판까지 그만두니 마니해서 후임자 검토를 제대로 못했다”면서 “현재 후보군을 물색 중이니 이달 중순쯤 임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후임자가 결정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식 장관으로 직무를 수행하려면 최소한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판이다.

행안부는 정부 조직과 인사의 관리,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지원 등 정부의 살림을 총괄하는 부처이다. 전국의 치안을 관장하는 경찰청과 소방 방재 안전관리 사무를 다루는 소방방재청을 산하에 두고 있다. 더구나 8개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6·2 지방선거의 주무 부처로서 선거인명부 작성 등 빈틈없이 챙겨야 할 법정 선거사무가 산적해 있다. 이달 1일에는 공명선거지원상황실까지 열었다. 중대사를 앞둔 부처의 최고책임자 자리를 이렇게 오랫동안 비워둬도 괜찮은 것인가.

장관의 선거 출마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장관이 출마를 위해 사퇴하더라도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주도면밀하게 대비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이다. 이 전 장관은 8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 없이 사표를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차출됐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 전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설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올 1월 25일 이번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는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설사 본인의 최종 결심이 늦어졌더라도 청와대는 사퇴에 대비해 미리 후임자를 물색했어야 옳다.

물론 장관이 없다고 해도 차관이 대리하는 상태에서 부처가 굴러갈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 중대사를 치르자면 차관이 대행할 수 없는 일이 많다. 행안부 장관은 결코 있으나마나한 자리가 아니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일 중심의 내각’을 강조한 취지에 비추어도 장관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보여줬어야 한다.

선거철이라 행안부 장관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까다로운 검증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 장관이 사퇴하기 전에 국회에서 트집을 잡히지 않을 만한 인물을 미리부터 골라놓았어야 한다. 국회에서 제동이라도 걸면 후임 인선이 더 늦어져 선거 주무장관의 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후임자 임명을 최대한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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