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베스트셀러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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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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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베스트셀러 집계는 일주일 단위로 이뤄지므로 책을 한꺼번에 구매하면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서점과 인터넷 판매업체에서 사들이면 된다.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 홍보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부 출판사는 ‘작전’의 유혹에 빠진다.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4권에 대해 사재기 혐의가 있다고 그제 발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문화부는 이들에게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과태료 액수가 적어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사재기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이번에도 같은 주소지에서 여러 주문자가 동일한 책을 주문한 경우, 같은 주문자가 반복 구매한 경우를 사재기로 보고 문화부에 신고했으나 출판사 4곳 가운데 3곳이 사재기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처럼 ‘모르쇠’로 나올 경우 사실입증이 어려워 과태료 부과조차 쉽지 않다.

▷영화계에서도 순위 조작 문제가 불거진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실시간 집계하는 영화 예매율 순위는 관람객들이 영화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요일에 따라 1000명 이상만 예매해도 10위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작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표를 집중 구매해 순위를 올린 뒤 수수료를 물고 예매를 취소하면 된다. 영화 흥행에서 입 소문의 위력을 잘 아는 영화사들이 인터넷의 영화 관람 평에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해 호평을 올리는 일도 벌어진다. 하지만 영화사의 조작 역시 소문으로만 나돈다. 익명이 가능한 인터넷의 특성상 드러나지 않고 묻혀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조작은 문화사업자로서 최소한의 윤리를 저버린 자해(自害) 행위다. 조작된 베스트셀러를 구매한 독자들은 책을 읽은 뒤 엉터리 순위에 실망해 활자매체를 멀리할 공산이 있다. 독서 기피 현상을 부채질해 얼마 되지 않는 구매자마저 내쫓는 꼴이다. 문화부는 사재기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크게 올리고 적발된 출판사에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출판계는 질서 문란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내부 고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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