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해영]기록보존도 기업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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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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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요 시설물인 지하철의 설계도면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10년도 안 되어 분실했고 남산터널이나 고가차도 등 서울시내 주요 시설물의 설계도면이 없어졌다고 발표된 적이 있었다. 설계도면이나 보고서 등의 기록은 이후에 진행되는 업무에도 기반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법적인 증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토지 기록을 조사해 조상의 땅을 찾아내기도 하고 본인의 경력과 관련된 문서를 뒤늦게 찾아내 연금산정에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자랑스러운 한류문화로 여기는 대장금도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이 등장하여 사실을 뒷받침하듯이 남아 있는 기록은 역사적 사실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조선왕조실록의 체계적인 기술과 관리 방법을 보면 우리나라의 기록관리는 매우 현명했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엉망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공공기록관리법의 제정과 개정 및 시행에 따라 전문직을 기록관리 업무에 배치하고, 무단으로 기록이 폐기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 업무가 끝난 후에 중요 문서가 직원의 서랍이나 부서의 캐비닛에서 발견되는 일이 많다. 기업도 재정 관련 문서, 보고서, 도면 등 기록관리를 체계화하면 지식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요즈음은 문서나 도면 등 기록을 컴퓨터로 생산한다. 전자기록은 시스템이 바뀌면 읽을 수 없게 되거나 수정 또는 삭제가 쉽고 원본과 수정본의 구분도 쉽지 않다. 기록이 누구에 의해 어떤 일과 관련되어 언제 생산됐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기록을 잘 관리하여 쉽게 찾고, 관련 내용을 파악하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몇 년, 몇십 년이 지난 후에 찾을 수도 읽을 수도 없는, 누군가 수정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국가 기간시설에 대한 도면을 실제 필요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작년에 한 포럼에서 뉴질랜드 국가기록원의 한 연구원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기록관리를 꽤 잘하는 뉴질랜드에서도 2008년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53%가 더는 읽을 수 없는 전자기록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속성상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지 않는 기록은 신빙성을 판단할 수 없고 또 후일에 읽을 수도 없다.

그러나 미국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발주 시 매우 엄격한 문서 및 기록관리를 기본적으로 요구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기록관리를 모니터한다. 게다가 미국의 몇 가지 법안은 기업의 재정 관련 기록은 물론 e메일과 메신저 기록까지도 수정되지 않은 상태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법정에서 요구할 때 증거로 제출될 수 있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므로 이런 규제 및 법령은 그 나라에서 운영되는 기업에 모두 적용된다.

기업은 기록 생산 및 관리와 관련한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한 번 잃어버린 기록은 되찾거나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나쁜 관행이 여기에도 적용되면 안 된다. 미리미리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기업이 길게 보아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해영 명지대 교수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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