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티파티 vs 커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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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1773년 12월 16일 미국 보스턴 항구에 정박 중이던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 세 척에 모호크 인디언 복장을 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3시간에 걸쳐 배 위에 쌓여 있던 차(茶) 상자 342개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미국 독립전쟁의 계기가 된 보스턴 티(Tea) 사건이다. 이때 차를 내다 버린 사람들은 대부분 차 밀수업자였다. 그해 영국에서 제정된 차 조례(Tea Act)에 따라 동인도회사가 공급하는 차 가격이 폭락해 타격을 입자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보스턴에서는 그 이전까지 세금을 과다하게 징수해 간 영국 정부에 대해 조세저항 운동이 벌어졌다. 운동의 중심에는 ‘보스턴 티(Tea)파티’라는 단체가 있었다. 이 명칭에서 유래한 티파티 운동이 요즘 미국에서 활발하게 재현되고 있다. 11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 티파티의 모토는 ‘적은 세금, 작은 정부’다. 영국의 중과세를 거부했던 미국 국부(國父)들의 정신과 이어져 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는 인위적 경기 부양도 비판한다. 티파티라지만 진짜 차를 마시는 모임은 아니고, 활동 공간은 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커뮤니티다.

▷티파티에 대한 대항세력으로 커피파티도 생겨났다. 한국계인 애너벨 박(41)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큰 정부’를 지지한다. 12만 명이 참가하고 있는 커피파티는 스타벅스를 비롯한 370개 커피하우스에서 오프라인 모임까지 가졌다. 1780년대 프랑스의 커피하우스(카페)를 연상시킨다. 당시 카페는 온갖 정보와 아이디어가 교환되는 계몽주의의 산실로 프랑스혁명의 동력을 제공했다. 프랑스 역사가 쥘 미슐레는 ‘카페에 매일 모였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시던 검은 음료에서 혁명의 해가 밝아오는 것을 보았다’고 기록했다.

▷차와 커피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 생각을 명료하게 해준다. 네트워크, 즉 관계 형성을 돕는 음료이기도 하다. 맑은 정신으로 정치와 문화를 논하는 모임이 많아지면 국민 건강과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포퓰리즘 공약이 판을 치는데, 우리도 차와 커피를 앞에 두고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공약인지 따져보는 모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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