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로브의 회고록 ‘용기와 결과’와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딸 리즈와 네오콘인 윌리엄 크리스톨이 만든 신(新)우파 선전단체 ‘키프 아메리카 세이프(Keep America Safe)’의 법무부 비난 동영상 비디오가 동시에 세상에 나오면서 역사를 부인하는 수정주의자들의 입이 활짝 열렸다.
이들의 ‘역사 다시 쓰기’는 한이 없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9·11은 온전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잘못이며 마치 그가 재임할 때 벌어진 일 같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따라서 9·11 이후 탈레반 알카에다 그리고 이란이 힘을 키운 것에 대해 떳떳하다는 것 같다. 대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야말로 테러리스트에게 얕보이고 고문을 중단해서 미국을 위험에 처하게 한 것 같다.
지난 정권의 타격대인 이들은 후안무치하기 그지없다. 로브는 “대량살상무기(WMD)가 없었다면 이라크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라크가 미국의 안보에 특별한 위협이 된다는 정보가 없었다면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을 제약하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백악관이 당시 그 정보를 과장하지도, 조작하지도, 선별하지도 않았다는, 쉽게 반박이 가능한 로브의 주장을 믿는다 해도, 부시를 무력 개입의 의도가 없는 ‘봉쇄정책의 사도’처럼 묘사한 것은 터무니없다.
로브의 회고록이 이미 지난 일이라면 키프 아메리카 세이프는 현재 진행형이다. 리즈 체니의 이 별난 전위대는 과거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 수용소 수감자를 무료 변론해 준 변호사 출신 법무부 관료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비디오로 금세 유명해졌다. 이 비디오는 이들 변호사를 ‘알카에다 7인’이라고 명명하고 이들의 이른바 ‘반미’ 행위를 오사마 빈라덴의 사진과 병치했다.
이 ‘아류 매카시즘’은 원조 매카시즘만큼은 널리 퍼지지 않고 있다. 영예로운 미국인의 애국심을 터무니없이 의심하는 키프 아메리카 세이프를 비난한 사람 중에는 케네스 스타, 린지 그레이엄, 그리고 부시 행정부 관료 출신의 보수적 변호사들이 있다. 르윈스키 스캔들을 파헤친 스타 전 특별검사마저 “도가 지나쳤다”고 말한다는 건 키프 아메리카 세이프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방증이다.
키프 아메리카 세이프는 보수 중에서도 비주류다. 하지만 영향력이 작다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만큼 당연히 반박되어야 한다. 우리가 건강보험 개혁 논쟁을 통해 어렵게 배운 것처럼 거짓말은 언론의 메아리를 타고 매우 빨리 확산될 수 있다. 키프 아메리카 세이프의 수정주의가 여전히 버틸 수 있는 것은 현재 미국이 처한 대외적 상황 때문이다. 불확실하고 아마도 격동적인 결과가 나올 이라크 총선, 아프가니스탄전쟁의 격화, 그리고 점점 더 무신경해지는 이란이 그렇다. 만약 이들 국가안보의 현장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더 악화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후임자에게 떠넘긴 캠페인이 정당했다고 변명할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미국의 안보를 위한다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정확히 어떤 미국 정치인들이 이란 알카에다 그리고 탈레반에 힘을 실어줬고 왜 그랬는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 역사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때만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다. 편향된 이념적 열정으로 지금까지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든 사람들이 ‘거짓의 역사’를 다시 쓰도록 놔둘 때,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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