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디어 빅뱅’ 설계 신속하고 정교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9일 03시 00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방송통신 업계의 당면 과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방송 산업의 경우 30년 전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구(舊)체제를 혁신해 변화와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면서 “이 같은 ‘미디어 빅뱅’을 위해 공영방송은 더 공영방송다워야 하고 상업방송은 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진보로 신문 방송 통신 등 매체 간의 융합이 활발해지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아직도 정치 논리, 구시대 논리에 함몰돼 있는 현실을 직시한 발언이다.

최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KBS,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해 “국민에게 양질의 고급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현실은 ‘양질의 고급문화’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민영방송인 SBS를 포함한 지상파 3사는 방송광고 시장의 70%를 독과점하고 있으면서도 이익을 극대화하고 몸집을 더 불리기 위해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 외주 제작사에 대한 쥐어짜기와 대중 영합적 저질 프로그램을 통한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막장 방송’ ‘막말 방송’에 따른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주 지상파 3사 사장이 모여 ‘막장 방송’을 퇴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지만 그동안의 오랜 타성에 비추어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KBS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으로서 ‘방송의 청정(淸淨)지대’ 역할을 하려면 광고방송을 전면 폐지해 시청률로부터 자유로운 고품격 방송을 내보내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즉 KBS1, 2TV 전체를 ‘광고 없는 방송’으로 바꾸는 개혁이 관건이다.

최 위원장은 이를 위해 월 2500원인 KBS의 수신료를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공영방송처럼 광고 없이 수신료만으로 자립하려면 어느 정도 인상이 불가피한 점은 인정된다. 다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범위 안에서 KBS 내부의 구조조정을 전제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7월 미디어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종합편성채널의 허가 일정을 계속 미뤄왔다. 최 위원장은 “종편과 보도채널의 사업자를 연내에 선정하겠다”고 했지만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통신업계에 대해서도 “국내 시장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 경영을 목표로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8조 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러는 사이 외국에서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급증하고 소프트웨어를 파는 앱스토어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우물 안의 경쟁에 몰입하다 보면 국내 통신업계는 세계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