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시작된 경제자유구역(FEZ) 개발이 부진하다. 외자(外資) 유치는 예상치를 훨씬 밑돌고 ‘내국인 베드타운’이 돼가고 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주요 FEZ를 평가한 결과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등 국내 1기 FEZ의 종합경쟁력은 중하위권에 그쳤다. 정책매력도와 운영경쟁력은 최하위권이었다. 인천은 7위로 순위가 높은 편이었지만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등 인접한 경쟁 FEZ에 크게 뒤졌다.
FEZ를 하려면 외국처럼 규제 완화와 조세 감면은 물론 교육 복지 노동 행정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정부는 ‘원 스톱 서비스’로 민원창구를 일원화했다지만 현장에서는 ‘원 모어 스톱 서비스’라는 불평이 나온다. 작년 1월 경제자유구역법이 특별법으로 격상됐음에도 기업들은 “환경영향평가는 중앙부처와 협의해야 하고, 택지 및 주택 분양 승인은 관할구청에서 받아야 해 외자 유치에 제약이 된다”고 지적했다. 작년까지 3곳의 FEZ가 유치한 외자는 103억 달러, 실제로 들어온 금액은 14%인 15억 달러에 그쳤다. 외자 구경을 못하는 FEZ들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아파트 분양에 나서 FEZ가 지역개발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FEZ가 지나치게 많은 것부터 문제다. 노무현 정부 때 3곳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2008년 4월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을 추가로 지정했다. 강원의 동해FEZ, 충북의 충북FEZ 지정도 추진되고 있다. 나눠 먹기 식으로는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FEZ와 경쟁할 수 없다.
FEZ는 외국인이 정주(定住)하기 좋게 만들 필요가 있다. 외국인학교 영리의료법인 휴양콘도미니엄 카지노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차별적으로 규제 완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 FEZ의 송도국제도시 내 국제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텅 비어 있다. 정부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까 봐 규제를 풀지 못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올해를 FEZ가 재탄생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지역균형발전사업 식의 FEZ로는 세계 10위권 개방경제를 견인하기는커녕 지탱하기도 어렵다. 감사원 감사와 지경부의 진단 결과를 토대로 FEZ 대수술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