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는 한국 마라톤에 이정표를 남겼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하는 최고 등급인 골드라벨 대회로 열렸고 2시간6분대 기록(1위 2시간6분49초, 2위 2시간6분59초)이 2개나 나왔다.
국내 유망주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박영민(코오롱)은 2시간12분43초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2분20초 줄이며 남자부 국내 1위(국제 6위)에 올랐다. 김민(건국대)은 풀코스 첫 도전에서 2시간13분11초로 국내 2위를 차지했다. 여자부에선 김성은(삼성전자)이 2시간29분27초로 개인 최고기록을 8분3초나 앞당기며 13년 묵은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에 3분여 앞으로 다가섰다.
2시간6분대 페이스로 달린 아프리카 건각들과 30km 지점까지 어깨를 나란히 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 김민은 불과 21세다.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20분이 넘었지만 2시간15분대로 낮춘 오서진(국민체육진흥공단)과 2시간17분대로 앞당긴 은동영(건국대)은 22세다. 2시간20분대에서 2시간17분대로 줄인 유대영(계명대)은 21세다. 여자부 김성은도 21세다.
그동안 한국 마라톤은 노장의 그늘에 가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한국기록(2시간7분20초) 보유자 이봉주는 39세인 지난해 은퇴할 때까지 국내 톱이었다. 2시간8분30초로 현역 랭킹 1위를 물려받은 지영준(코오롱)은 이제 29세다. 20대 초반 선수들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마라톤의 희망을 봤다. 2시간 12, 13분대에 달릴 수 있는 선수면 1년 후 충분히 2시간9분대로 기록을 낮출 수 있다. 2시간9분대 선수 3명만 있으면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단체전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이 이끄는 세계선수권 대표팀과 실업팀 간에 펼쳐진 경쟁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좋은 선수를 보유한 실업팀이 소속팀 훈련을 고집하자 황 위원장은 발전 가능성만 보고 기대주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는데 이게 실업팀 선수들과의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제부터는 유망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그동안 제2의 황영조, 이봉주가 될 재목은 간간이 나왔지만 소리 없이 사라졌다. 대표팀과 실업팀의 경쟁이 알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모처럼 등장한 기대주들을 잘 키우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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