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나영이에 대한 끔찍한 성폭력 사건에 이어 부산 여중생 성폭력살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도사린 독버섯 같은 범죄현상의 단면이 드러나 많은 국민이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체 범죄는 18.7% 증가한 반면 성폭력 범죄는 37.6% 증가했고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는 51.6% 급증했다. 우리 사회 안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정부 당국과 정치권, 언론이 제각기 성폭력 범죄자 등 흉악범 엄단을 위한 처방을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정신질환-인격 장애 치료도 필요
아동성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정지하고 유기형을 대폭 늘리는 형법 개정안이 제출되고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를 확대하려는 법개정안 외에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전자발찌를 착용시키려는 소급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법무부가 상습범에 대한 보호감호제도 부활을 검토하고 12년간 유보된 사형집행 재개를 장관이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는 나름대로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려는 형사 정책적 근거를 갖고 있지만 여론에 편승한 즉흥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대증요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죄와 벌은 균형과 비례를 맞춰야 하므로 아무리 성폭력범이 나쁘더라도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울 수 없다.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하자는 정치권의 주장도 무리가 있다.
때마침 법무부 산하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가 장기간의 연구 끝에 형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금년 중 국회에 상정한다고 하니 한꺼번에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욱이 전자발찌에 관한 소급입법은 비록 불가피한 보안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라는 법치주의 원리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므로 위헌시비가 없도록 적용 범위에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여기서 특히 유의할 점은 엄중한 형벌 및 감시만으로는 성폭력범 퇴치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성폭력 범죄, 특히 아동 성추행범이 비교적 높은 재범률을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어릴 때부터 잘못 형성된 성에 관한 왜곡된 인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에 대한 치료재활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무부가 2008년 6월 치료감호법을 개정하여 그해 12월부터 성폭력범에 대한 치료감호의 근거를 마련한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 아동에 대해 성도착 증세를 지닌 소아기호증이나 성적가학증 등 정신장애가 있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검사가 형벌과 함께 치료감호를 청구하면 법원의 판결로 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에 수용하여 전문적인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출소 뒤엔 보호관찰 강화해야
성폭력 재범의 고리를 끊으려면 수사 단계부터 성폭력 누범자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하여 재범 위험성을 면밀히 측정하고 독일과 같이 상습적인 성적 충동범을 특정의료교도소에 수용한 뒤 전문적인 심리분석과 치료를 실시하거나 미국 영국과 같이 교정시설이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범죄자가 출소한 뒤에는 보호관찰을 강화하여 수강명령이나 전자발찌 착용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담당하는 교정보호 시설에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더 근원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이미 도를 넘은 외설물의 범람과 체계적인 성교육의 빈곤,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의 부족을 자책하면서 가정과 학교, 사회 각계가 올바른 성문화 정착과 건강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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