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재작년 전기자동차를 구입했으나 일반도로에 나갈 수 없어 청와대 경내와 인근 지역에서만 운행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시속 60km 이하 전기차는 자동차관리법상 차량번호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말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저속 전기자동차에 대한 특례 조항이 신설돼 일주일 뒤인 30일부터 운행이 허용된다. 하지만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자동차관리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운행구역에서만 전기차가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운행구역을 지정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서울의 일부 지자체가 전기차 운행구역을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서울 전체가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실효가 없다. 서울 종로구에서는 달릴 수 있어도 중구에서 주행 불가라면 누가 전기차를 사겠는가.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성능이 우수한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내도 인프라가 없으면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전기차 운행을 위한 제도와 인프라의 정비를 서둘러 전기차 시대의 도래에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 운전자가 도로를 안심하고 달리려면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아직 전기차용 보험 상품도 없는 실정이다. 전기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와 법규가 먼저 정해져야 사고율을 예측해 보험료를 매길 수 있다. 관련 교통법규의 정비도 시급하다. 저속 전기차가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전기차 고장에 대비한 시설도 갖춰야 한다. 방전됐을 때 긴급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도로 곳곳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성능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성능이 기존 자동차에 뒤떨어질뿐더러 가격은 비싼 단점이 있다. 2인승 전기차가 나오면 대당 가격이 1500만∼2000만 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800만 원 안팎인 경차 기본 모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과 세금 혜택이 없으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전기차가 자동차 번호판을 달고 일반도로를 달리고 있고, 유럽도 전기차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무인 자전거대여 시스템인 ‘벨리브’의 성공에 이어 전기차를 대여하는 ‘오토리브’도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는 말로는 ‘그린 코리아’를 외치면서도 녹색성장의 핵심인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법 제도와 인프라 구축에는 뒤늦은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