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경석]세계 물산업시장 ‘소리 없는 전쟁’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기후변화 인구증가 산업화의 영향으로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이나 수질오염의 문제를 다양한 행사를 통해 홍보하고 세계 각국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엔이 1993년부터 제정·선포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물의 날을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직면할 물 부족 문제는 일부 지역 및 국가의 범주를 벗어난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물의 가치 상승과 더불어 물 관련 산업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한다. 수자원 확보와 효율적인 관리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물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은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 선진국은 일찍이 물의 산업적 가치를 인식하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여 효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계 물 시장을 장악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물 전문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의 연간 매출액은 17조 원 정도로 우리나라 전체 물 산업 규모 11조 원을 넘어선다.

그동안 우리는 물을 하나의 산업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물은 그저 국민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로만 여겼다. 따라서 공공부문 위주의 국내 물 시장은 대도시와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열악한 규모, 경쟁이 없는 체계로 비효율성과 비전문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국내 물 산업은 앞으로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하는 세계 물 산업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하기는커녕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한다.

세계 물 산업 시장의 확대를 경제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물 산업을 국가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했다. 2007년에는 관련부처 합동으로 물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나 지금까지 후속 정책이 이어지지 못했다.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물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첫째 물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하수도의 시설을 개선하고, 둘째 상하수도 운영서비스 구조를 경쟁력 있는 규모로 광역화하고 민간기업 참여를 확대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개편해야 한다.

상하수도 시설의 개선에는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상하수도 사업을 담당하는 지자체의 영세한 예산 규모와 미미한 국가 보조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정부에 들어와서 녹색뉴딜의 일환으로 상하수도 분야 예산을 2009년 15억 달러에서 올해 39억 달러로 증액했다. 이와는 별도로 60억 달러를 상하수도 관련 인프라 개선에 투자하여 경기 부양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상하수도 시설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중앙정부 투자 외에 지자체 공기업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물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상하수도 시설 개선과 운영서비스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물 산업을 육성하고 민간 전문기업을 빨리 육성하기 위해서다. 세계 물 산업 시장은 물 관련 인프라의 건설과 운영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토털 솔루션을 요구한다. 우리나라 물 산업에서는 건설을 민간기업이, 운영을 공공부문에서 주로 담당했다. 민간기업이 국내 상하수도 시설 운영에 조속히 참여하여 실적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운영 실적이 있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 물 산업 시장 진출과 경쟁우위 선점을 위해서는 국내 물 산업의 성장기반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물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역할을 다하도록 정부는 국고지원 확대 및 민간 참여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