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식처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기업 성패 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시작했다. 25일 정식으로 문을 연 배출권거래제 시스템은 국제적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검증·보고(MRV) 체계를 탑재해 온라인으로 배출량 관리가 가능하다. 아직 시범단계라서 거래실적은 없지만 이미 전국 30개 사업장과 3개 대형 유통업체(169개 사업장), 전국 14개 광역지자체(501개 기관)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도 어느새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교토의정서에서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대신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도록 하는 제도이다. 기업들은 기술개발이나 공정 개선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줄어든 분량만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반대로 온실가스 배출권이 감축비용보다 저렴하다면 기업은 배출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그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제 거래는 증권거래소처럼 탄소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우리도 원하든 원치 않든 탄소를 거래하는 시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지금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이 아니지만 2013년부터는 의무감축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자발적이지만 강력한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국내에서 배출하는 모든 온실가스는 온실가스배출정보데이터(인벤토리)에 등록해야 한다. 정부는 이 인벤토리를 바탕으로 탄소배출권 거래, 탄소세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인 일본은 발등의 불이다. 내달부터 기업들은 감축 목표치 미달분을 이산화탄소(CO₂) 1t에 1만5000엔가량을 내고 채워야 한다. 우리나라도 바다 건너 불이 아니다. 에너지 다(多)소비산업이 많고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은 여건상 기업들이 더 큰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경영요인이 돼가고 있다. 기업의 에너지비용 비중에 따라 주식 가치가 출렁이고 탄소경영을 잘하는 기업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높다는 보고도 있다. 탄소는 곧 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본격화를 계기로 기업과 국민이 탄소경영에 눈뜰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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