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군함 우한(武漢)과 하이커우(海口)함이 2008년 12월 26일 하이난(海南) 섬의 산야(山亞) 항구에서 성대한 출정식과 함께 소말리야 해역으로 파견됐다. 명나라 정화(鄭和) 원정대 이후 6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해군이 인도양을 넘어 활동 영역을 넓히는 순간이었다. 중 해군으로서는 ‘대양 해군’으로 나가는 첫걸음이었으나 인도양에서의 세력 확대는 인도 등으로부터 경계의 눈초리를 받았다. 중국은 ‘해적 소탕’이라는 명분과 함께 종합 보급선과 함께 가기 때문에 보급을 위해 주변국 항구에 들르는 일도 거의 없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1년 3개월가량이 흐른 24일 소말리야 해역에 파견된 프리깃함 마안산(馬鞍山)과 수송함 첸다오후(千島湖)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항에 ‘우호방문’차 입항했다. 중국 해군 함정이 걸프 해역에 들어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가오위성(高育生) 주아부다비 주재 대사는 “걸프 해역의 안전은 지역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매우 중요하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됐다. 이곳은 이제 중국에 ‘생명줄’이 됐다.
걸프 해역 아부다비 인근 바레인에는 미국의 제5함대 시설이 있다. 걸프 해역은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는 데 뒷마당 같은 전략적 요충지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장 좁은 곳은 불과 38.9km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중 양국 군함이 조우할 날도 머지않았다.
중국 해군은 해적 소탕과 상선 호위를 위해 군함을 파견한 후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럽연합(EU)이 맡아 온 소말리아 해역 식량수송 작전에도 적극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자연스럽게 소말리야 해역 주변 국가의 항구를 방문할 필요성과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부다비에 이어 중국 해군은 예멘의 아덴, 소말리아의 지부티와 모가디슈, 케냐의 몸바사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군함 방문 항구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게리 리 연구원은 “중국 해군 함정의 걸프 만 진출은 해적 소탕작전을 계기로 조용하게 전략적 협력 관계를 확대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부합된다”고 해석했다.
‘명분을 앞세우고 자세를 낮춘 후’ 대양 해군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런 중국의 모습이야말로 군사강국으로 가는 중국식 전략의 기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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