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원이 잘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축구부 자체를 해체하면 앞길이 창창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축구부원 2명이 경기 수원시와 안산시 일대에서 부녀자를 폭행하고 강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18일 경찰에 구속되면서 해체위기를 맞고 있는 경기대 축구부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경기대는 17일 이번 사태로 선수관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축구부를 해체키로 전격 결정했다. 이대로 축구부 해체가 결정되면 구속된 2명을 제외한 26명의 학생은 운동을 계속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프로팀이나 실업팀 입단도 지난달 말에 모두 끝났다.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려 해도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고 쉽지도 않다.
해체 결정 이후 학부모 20여 명은 생업을 제쳐둔 채 학교 앞 축구부 숙소에 모여 매일 대책회의를 하고 학교를 방문해 해체 철회를 사정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구속된 두 명이 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짓을 한 것은 맞지만 개인이 한 일을 감독이나 동료 부원들에게 연대책임을 지라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한 학부모(52)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10년 넘게 운동만 한 아이들 보고 하루아침에 운동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학교가 해체 결정을 철회해 주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축구부원들은 현재 학교수업을 듣고 있지만 축구부 전체를 범죄자 집단처럼 보는 시선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5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모 대학팀과 2010 U리그(대학리그) 경기가 있었지만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1992년 창단한 경기대 축구부는 전국 70여 개 대학축구팀 가운데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두 차례 8강전에 오를 만큼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선수들도 전국고교대회에서 8강 이상 성적을 거둔 팀 중에서 선발하는 축구 엘리트들. 학교 측도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최호준 총장이 축구부 숙소에 수시로 들르고, 축구부원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책임을 지는 자세는 이해하지만 해체는 너무 앞서 간 결정이 아니냐는 학내외 여론으로 학교 측은 현재 고민에 빠졌다. 유도부 씨름부 등 경기대 소속 다른 운동부원들도 선처를 호소하며 지난 주말 외박을 반납했다. 최 총장은 26일 학부모들을 만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으니 학부모들도 일단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도의적 책임과 촉망받는 학생들의 장래를 두고 경기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도 함께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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