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신]취약계층, 돈 쓸 때도 차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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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0일 03시 00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저소득층 결혼이민자 노인 장애인으로 대표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은 소득이 적다는 기본적인 문제점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문화 안전 등 대부분 영역에서 일반 국민에 비해 심각한 격차를 갖고 살아간다.

소비생활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할인점의 성장으로 저소득층이 생필품을 살 공간이 줄어들면서 가난한 사람이 더 비싸게 지불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나 재래시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과 노약자는 더 비싸게, 더 멀리 생필품을 구하러 가야 한다. 또한 대다수 결혼이민자는 상품의 표시나 광고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소비자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저소득-노인층 시장길 더 멀어져

소비자 안전에 초점을 모아보면 취약계층은 어린이 청소년 노인으로까지 확대된다. 아직도 초등학교 앞에서는 원산지가 분명하지 않은 불량식품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청소년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첨가물에 노출된 실정이다. 노인 역시 지난해 말 3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관광버스 추락사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효도관광이나 경로잔치를 빙자한 사기적인 기만상술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비에 취약한 계층이 많이 존재하지만 막상 이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만한 곳은 별로 없다. 취약계층은 자신의 소비자권리를 잘 모르며 효과적으로 주장하기 어렵다. 설령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시장의 모든 분야에서 소외되기 쉽다. 따라서 소비자로서 개인의 피해가 가족과의 갈등으로 증폭되기도 하며 일부 소비자는 생계형 블랙 컨슈머가 되어 시장에 부담을 준다.

결국 이런 문제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나타낸다. 소비자 거래, 안전, 환경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 능력을 갖추도록 실용성 있는 교재나 홍보물을 개발하고 취약계층에게 소비자교육을 하기 위한 교육자 풀도 확대해야 한다. 또 이들이 소비자교육 및 정보 제공 환경에 쉽게 접근하도록 지원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취약계층에는 상담에서 피해 구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도록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시범적으로 결혼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국내 소비생활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 바 있다. 즉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녹색성장을 위한 생활 속 실천과제, 소비생활용품 안전성 확인방법 등 소비자로서의 생활 적응력을 높이고 책임 있는 소비자로서의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향후 교육대상을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문화주부 소비자교육도 늘려야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특정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소비자단체 학계 언론계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힘을 모은다면 더 입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소외계층의 피부에 와 닿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소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사회 전반의 소비생활안전망 확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소비 취약계층의 소비자 역량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더욱 증대되기를 바란다.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형평(equity) 측면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신 한국소비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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