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어제 국회 일자리 만들기 특위에 내놓은 자료에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고용이 단체협약에 의해 과(過)보호됐다”며 이로 인해 기업은 고용비용이 저렴한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현재 통계청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33.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25.5%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의 격차가 크고, 고용보험 가입이 40% 정도로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런 ‘고용의 이중구조’가 정규직 취업선호를 부추겨 구직자의 취업난과 기업의 구인난을 부채질했다.
OECD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정규직에 대한 법적 보호수준이 OECD 평균보다 높고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낮다고 분석됐다. OECD는 2005년과 작년에도 한국에 대해 ‘정규직 보호를 완화해 비정규직 고용 인센티브를 줄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그래야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정규직의 경우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때 사전 통보기간을 줄이고, 비정규직의 경우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비정규직법을 만들었을 뿐이다.
정부가 사회적 통합을 명분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만 힘을 쏟는 것은 기업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노동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럽처럼 정규직의 고용 보호는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 고용 보호만 강화하면 고용 대신 실업이 늘어나고 양극화가 커질 우려가 있다. 재정부도 “정규직의 연공서열식 급여체제와 근로형태가 고용증대를 어렵게 한다”고 했다. 실제로 정규직의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청년들의 신규 고용과 실업자 재취업이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가 진정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둔다면, 재정 지원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쓰기보다 비정규직의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에 써야 효율적이다.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고용 보호를 줄이고 비정규직과의 노동조건 격차를 좁혀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을 없애는 정책이 성장과 고용에 도움이 된다. 노동운동 세력도 세계화 정보화와 함께 평생고용을 보장하는 ‘철밥통 직장’은 사라졌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