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수습, 억측도 몰아붙이기도 도움 안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천안함이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만 5일이 지났으나 46명의 실종 장병 구조작업은 아직 성과가 없다. 사고 원인도 여전히 짙은 안갯속이다. 군이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이런저런 의혹들도 제기되고 있다. 침몰 원인과 관련해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정치권은 진상 규명을 위한 특위 구성을 놓고 여야 간에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침몰 직후 군의 대응에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지금은 실종자 구조와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군 잠수요원들은 심해(深海) 잠수장비도 없이 최악의 조건에서 목숨을 건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 애국심과 살신성인의 정신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도 비상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네 차례나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었고 사고 현장과 백령도까지 찾았다.

천안함 사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다. 침몰 원인을 철저히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원인을 예단하거나 불확실한 추정을 근거로 대응 방안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에 하나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다면 그때 응징방안을 논의하면 된다. 우리 영해를 침범해 함정을 파괴하고 장병들의 목숨까지 앗아갔다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도발이다. 정부는 치밀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인 규명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함정을 건져 올려 조사를 마치려면 한 달 혹은 두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조사 결과 설사 기뢰 등 외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북의 소행 여부를 규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북의 개입이 확인되더라도 의도적인 도발인지 아닌지도 따져야 한다.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실종자 구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면서 원인 규명은 정부와 군을 믿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이 옳다. 억측이나 몰아붙이기는 구조작업에도, 진상 규명에도 하등 도움이 안 된다. 군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따지고 책임을 추궁해도 늦지 않다. 정치권이 전면에 나서면 오히려 불필요한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다. 작전 기밀을 노출하거나 영해 방위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 이 시간에도 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

대신 정부가 제대로 일처리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 전반에 대해 한 점의 의혹이나 궁금증이 없도록 모든 것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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